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 책방 May 03. 2023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넉넉한 마음으로 나를 마주하는 일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단상을 책의 여백에 끄적거렸다. 유독 이 책은 나에게 단편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글감을 던져주었지만 결국 완전한 글쓰기는 하지 못했다.


언젠가 글감으로 완성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주제가 5가지나 있었는데 이내 귀찮음과 게으름이 덮쳐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가장 손쉽게 알 수 있는 건 그 사람의 글을 읽어 보는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내가 알고 싶은걸 대놓고 꼬치꼬치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어느 순간 책을 곁에 두는 '읽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상력, 인간에 대한 호기심, 살아가는 일에 대한 애틋함. 이러한 것이 내 안에 있었기에 책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타인과 세상을 더 알아가기 위해 글을 읽는다면, 나를 더 알고 싶어 '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쓰다 보면 나를 저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부지런히 나를 살펴야 하는 일이기에 마음을 단디 먹어야 펜을 들 수 있는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어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책을 읽었고, 역시나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을 적확히 집어내는 그녀의 글에 반해버렸다. 다정함과 카리스마는 덤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것인가, 남들이 읽고 싶은 글을 쓸 것인가 하는 질문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남들이 읽고 싶은 글로 발전시키려면 사유의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은유 작가는 말한다.


하~~ 사유의 과정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고 묵직한데 말이다. 가끔 내가 쓴 글을 읽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거운 사람이었나 새삼 놀라곤 하는데, 그건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많은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글쓰기는 내 최상의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최선의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는데, 늘 최상의 것을 뽑아내려다 보니 힘이 잔뜩 들어간 글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글을 쓰다 보면 오만가지 것들이 머리에 떠올라 자꾸만 귀찮음과 게으름으로 나를 무장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넉넉히 나를 돌보기 위해 오늘도 꾸역꾸역 자리에 앉아 아무도 시키지도 체크하지도 않는 이 책의 서평을 써본다.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글 쓸 때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자기 의심은 오직 쓰는 행위에 몰입할 때만
자취를 감춥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돌봄과 작업> 생활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