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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Sep 13. 2023

<바깥은 여름> 김애란 단편 소설집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이제는 제법 선선한 밤바람이 부는 여름의 끝자락에 이 소설을 만났다.

바깥세상은 여름인데 나의 세상은 겨울인 것만 같았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4년제 대학을 나와 멀쩡히 졸업은 했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해 힘겨웠던 시간들. 18년을 키워온 반려견의 힘겨운 마지막을 볼 수가 없어 끝내 안락사를 결정했던 어느 가을밤.

하지만 내 경험치 너머의 더 큰 아픔들이 소설 속에 펼쳐져 있었다. 나와는 관계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들. 그들은 겨울 속에, 나는 바깥세상의 여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그렇게 그 삶들을 읽어 나갔다.

'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던지게 돼 있다는데(p214), 우리는 어쩌면 각자의 삶에 찌들어 품이 드는 마음을 상실하며 사는 건 아닐는지.

이제 가을이 오겠거니 생각됐지만 누군가는 이미 겨울에 도달했을 수 있겠구나, 마음 쓰게 하는 소설이었다.

우리 부부는 등받이가 없는 벤치형 의자에, 영우는 유아용 접이식 식탁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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