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Jul 04. 2024

<<작별인사>> 인공지능의 정체성 - 김영하

김영하 님의 신작 소설을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다. 너무 오래전에 그의 작품들을 읽어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소설보다 에세이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유명 소설가가 9년 만에 어떤 작품을 썼을까, 그게 궁금했다. 


작별인사라는 평범해 보이는 제목에 비해 내용은 SF 소설이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발전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요즘 이 책은 이슈가 될 만하다. 지금보다 시간이 더 흘러 첨단 기술의 발달로 로봇과 사람의 구별이 어려워진 시대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철이의 1인칭 독백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아버지와 함께 휴먼매터스 연구소 안에서 사는 저자에게 부러운 게 있다면 학교에 가는 것과 엄마이다. 하지만 아빠는 둘 다 필요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밖에 나가는 것까지 탐탁지 않게 여긴다.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납치된 철이는 각종 로봇이 모인 수용소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아빠의 말을 듣고 안전한 곳에 머물렀다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까? 하지만 그는 극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난다. 아버지는 철이를 구하러 올까? 철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에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갔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다. 로봇이 아무리 인간과 닮아간다고 하지만 음식을 먹고 배변을 하는 것까지 흉내 낼 수 있을까, 하는 혼자만의 고민에 빠져 읽었다. 100년 전 소설 내용이 현대 과학으로 이루어지듯 언젠가 사람과 똑같이 먹고 자는 로봇이 만들어질지 그건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의 뒷부분은 굉장히 철학적이었다. 정체성의 문제. 이건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관심일 것이다.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에게도 마찬가지다.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게 프로그래밍한 것은 인공지능의 셀프 해킹으로 쉽게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공지능은 인간의 종말을 걱정하지 않을지 모른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 또 다른 로봇을 만드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하루 만에 읽었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책임을 입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 이 집에 삽니다>> 서재가 부럽다 - 이경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