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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Nov 14. 2024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 예술의 힘 - 윤현희

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고 요즘 관심이 많아진 그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내주시라고 했다. 책에는 네 가지 고민을 장으로 하여 각 장에 네 명이 화가가 소개되어 있다. 화가마다 네댓 개의 작품이 들어있었다. 화가와 작품소개에 더하여 이들이 겪었을 정신적인 고통과 그림을 통한 극복 과정이 담겨 있는 것이 좋았다.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자신의 지식과 임상 경험을 살려 화가들의 당시 심리 상태를 파악하여 진단하고, 그림에 드러난 심리 변화까지도 담았다. 


가난과 질병 극복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구원에 이르도록 노력했던 고흐가 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시각과 촉각을 합한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했음을 알았다. 고난은 인생의 매장이 아닌 파종일 수 있음을 알고 고난의 때에 힘을 응축하기를 권한다. 에드왈드 뭉크는 태어날 때부터 죽음의 공포와 삶의 고통을 지니고 살았다. 가족 상실이나 여성에게 받은 피해의식과 같은 내면의 어둠을 덮어두지 않고 직면하며 고통에 이름을 붙여 나간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 크뢰위에르는 처음 들어본 화가이다. 자연의 빛과 색채 포착에 주력한 인상주의 화가로 자신의 조울증과 정서장애를 자연주의 화풍으로 극복하려 했다. 에곤 실레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그림에 여과 없이 분출했다. 로댕에게 배운 크로키 기법을 구사했던 그는 후기에 한결 편안한 그림을 그렸다. 피카소는 군더더기를 걷어낸 본질과 핵심을 간략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화가이다. 자기애가 강했던 그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 저자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독립성을 가지고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베르트 모리조는 프랑스 여성 작가이다. 가족과 남편의 후원으로 평생 그림을 그렸으나 독립된 작업실이 없었고, 공식 서류에 무직으로 기록할 정도로 가면증후군(임포스터 신드롬) 양상을 보인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따뜻한 후원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수잔 발라동은 ADHD 성향을 보였다. 미혼모의 딸로 서커스에 들어갔으나 부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르누아르의 모델이기도 했고 에릭 사티와 연애를 하기도 했던 그녀는 파격적이지만 솔직한 그림을 그렸다. 폴 세잔은 은둔적 화가로 드로잉에 충실했다. 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세잔은 사망 1년 후 재조명받기 시작하여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에두아르 마네는 파리의 성적 문란과 사회적 위선을 비판하는 그림을 그렸다가 외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한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졌던 자신감 넘치는 그는 자기 확신을 가진 화가였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모네의 작품에서 감화받은 그는 법학교수를 사퇴하고 화가로 전향했다. 따뜻한 추상을 그렸던 그는 형태 재현만이 미적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작품 <구성8>이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시각화한 것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저자는 감정과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예술을 공감의 통로이자 자아확장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역시 공감이 뛰어난 화가였다. 난쟁이, 광대, 노예와 같은 이들에 측은지심을 가지고 이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평범한 삶을 그렸으며 자신의 노예에게 독립 화실을 마련해 주고 화가로 성공하도록 돕기까지 한 그는 공감적 행동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랜마 모리스는 76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20년 동안 2000 점을 남겼다.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순수하고 소박한 그림(나이브 아트)으로 사랑받았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에서 생생한 계절감과 전원생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 젊다고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뇌의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는 전쟁과 망명으로 입은 상처를 그림으로 치유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많은 수채화 작품을 남겼다. 앙리 루소는 세관원으로 은퇴한 후 바이올린과 그림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었다. 주말 화가(전업이 아님)라는 말을 들었지만 독자적 화풍을 완성했다. 평범한 삶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정신적 풍요를 찾아낸 사람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숲 속의 고독한 은자라 불렸다. 초록색이 주는 회복탄력성을 인식했을까? 그는 나무가 가득한 공원이나 고즈넉한 마을을 즐겨 그렸다. 


때로 고통을 잊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강인한 자신감으로 남의 평에 굴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던 이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화가로 남았다. 요즘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여기는 고흐가 사실은 그리 불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이 가진 약점을 그림으로 극복하고, 때로는 좌절하지만 그래도 작품 활동을 지속한 덕분에 결국 인정받은 이들의 생애를 읽으며 스스로를 믿고 나만의 철학으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과거를 살았던 화가들과 한결 친해진 느낌이다. 훗날 이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반가울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5xYLG7BvexE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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