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 선생님도, 나와 함께 배우는 선생님도 계속 일이 생겨 몇 주째 학원에서 수업을 하지 못했다. 2주 후에나 수업이 가능할 것 같다. 계속 바쁜 일로 그림을 못 그리고 있다가 하루 날 잡아 미뤄두었던 그림을 꺼내 들었다. 성곽 구멍 사이 나무와 바다 그림은 오래전 찍어두었던 사진을 보고 그렸고, 나무 그림은 선생님의 불투명 수채화를 보고 투명수채화로 그려보았다. 처음에는 너무 어렵게 느껴졌는데 점차 형체를 갖출수록 그럴듯해졌다.
얼마 전에는 그림에 관한 화가이자 유튜버의 에세이를 읽고 작은 드로잉 스케치북 세 권과 연필 세트를 구입해 두었다. 평소에 쓰지 않는 8B 연필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직 꺼내서 스케치를 해보진 않았지만 여행할 때 들고 가 그림을 그려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요즘에는 그림 그리기 좋은 물건이나 풍경을 볼 때마다 사진으로 담는다.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재가 될 것 같았다. 실제로는 예쁜데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것도 많이 있어 그림 그리고 싶은 걸 건지기가 쉽지 않지만 시간이 흐른 후 마음이 바뀔지 모르니 나만의 밴드에 차곡차곡 사진들을 모으고 있다. 그림이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