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민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워낙 유명하다는 궁극의 아이와 건축무한육각면체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들을 읽은 독서모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11월 도서로 정해졌다. 책 표지가 예쁘고 얇진 않지만 글자가 커서 잘 넘어가 들고 다니는 동안 행복했다. 우화적인 면이 많은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읽고 싶어졌다. 책 표지나 우화인 데 비하면 무척 끔찍한 내용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다.
지적 장애를 가진 누리는 자신을 거두어 키워 준 할머니를 이어 재활용품을 주워다 팔아 살아간다. 할머니의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본받아 가난하지만 반쪽을 찾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가던 누리는 영봉도사를 만나 부치하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부치하난이라 여기며 올라를 찾아 나선다.
양아버지의 만행을 피해 도망쳤지만, 결국 소매치기와 몸 파는 일을 하던 태경은 어느 날 일생일대의 기회라 여기는 일을 저지른다. 잡히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훔친 다이아몬드를 팔 방도를 찾는다. 죽을 각오를 한 적도 있었던 태경에게 위험은 더 이상 큰 난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누리가 나타났다. 자신을 올라라 부르며 따라다니는 누리가 귀찮았으나 자꾸 마주치는 사이 여러 도움을 받는다. 자신을 이처럼 아껴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그녀는 조금씩 누리에게 마음을 연다.
부치하난의 이야기와는 다른 결말을 꿈꾸며 글을 읽던 나는 마지막 장을 넘기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설과 현실을 잘 버무리느라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나와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장용민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U1bo03Xt9xQ?si=aEKHnJAqlXIquS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