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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17. 2023

돌아다니는 통증


작은 통증이라도 그게 지속되면 삶의 질이 저하된다. 통증으로 거의 누워 지낸 날이 많아졌다. 몸은 더 쇠약해지고, 무거워졌다. 밖에 나가 걷는 것조차 힘들기 시작하면서 마음에도 병이 든 것 같았다.

병원에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금방 낫겠지 했던 게 벌써 삼 년 차. 통증이 없던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등이 화끈거리며 미세하게 찌르는 감각이 뇌의 반의 지배한다. 통증으로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것도, 차를 마시는 것도 힘들어졌다

초반에는 마취통증의학과에 다니다가 효과가 없어 결국 다른 병원에 가서 경추 MRI를 찍었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통증은 있으나 진단이 나오지 않은 것이 마냥 좋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프롤로주사 치료를 받았다. 매주 2회를 받았다. 주사를 몇 개월을 맞으면서 내가 맞는 주사가 어떤 원리인지 궁금해졌다. 통증유발점을 찾아 정확한 지점에 주사를 놓는 게 핵심이었다. 한의원에서도 정확한 지점에 침을 놓아야 효과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꾸준히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의 범위는 퍼져갔다. 내 통증은 좌측 견갑골에서 우측 목과 우측 견갑으로, 그리고 엉덩이, 무릎으로 돌아다닌다.  병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진통제뿐이다.


검진 결과


2020~2022 다수 엑스레이 촬영- 일자목 혹은 거북목

2022년 8월 목 MRI 촬영- 이상 없음

2022년 8월 복부 CT 촬영 -이상 없음

2023년 6월 뇌 MRI 촬영- 이상 없음


병원 치료를 중단했다. 효과가 없으니 선생님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곤욕이 됐다. 치료를 받지 않고 약을 안 먹고 버티다 도저히 통증 관리가 되지 않아 집 근처 가까운 병원에 찾아간 적이 있다.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초진이어서 히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어그러진 이야기의 조각을 꺼내 보였다. 그날은 상담과 함께  병원에 온 목적인 진통제를 처방받고 나왔다.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해서 진통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요청을 하니 처방을 해주셨지만, 복용할지 안 할지는 본인 선택이라는 말을 남기셨다.

그렇게 약을 처방받아 놓고는 시험 당일 나는 약을 먹지 않았다. 우려했던 대로, 목과 어깨가 아파 시험 장에서 고개를 위로 올리며, 감독관 눈치를 봤고 감독관과 시선이 닿아 신경이 쓰여 지문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독서대가 요원했다. 목이 끊어질 것 같았다.


내가 약을 먹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약을 먹고 한두 시간 지나면 완충된 배터리처럼 짱짱한 기분이 든다. 무겁기만 했던 머리에 안개가 걷힌 것처럼 환해지고 뇌가 팽팽 돌아간다. 가짜 에너지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약 기운이 빠져나가면 평소보다 더 깊게 가라앉았다. 한 발짝 움직일 기운이 없어 침대에 반나절을 누워 있어야 한다. 마치 며칠 분의 에너지를 당겨 쓴 것 같았다. 약 복용을 할 때와 아닐 때의 편차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런 기분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시험에 대비해 먹으려고 아껴뒀던 약은 책상 서랍에 고이 넣어두었다.



홈트 


1년 전 인바디 검사를 했는데, 체지방률이 높았고, 근육을 7킬로를 올려한다는 결과를 받은 적이 있다. 병원에 다닐 때 도수치료 선생님은 내가 근육이 너무 없다고 했다. 근육은 우리 몸의 에너지 저장고라고 한다. 나는 1.5 킬로짜리 작은 아령 두 개, 그리고 세라 밴드를 구입해 유튜브로 근육운동을 했다. 아무래도 셀프라서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근육 운동을 하면 할수록 등이 더 아팠다.

그렇게 몇 개월을 가끔 홈트를 하고, 시험공부를 하며 올해 중반을 보냈다. 한 번만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났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통증을 떠올리며 힘이 빠졌다.

그럼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신경통을 달고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처한 상황 때문인지 우울 감이 심해졌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육 개월 넘게 월경까지 멈췄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다가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한 후에야 병원에 갔다.  호르몬 검사를 했다. 프로락틴 수치가 높아 뇌하수체선종의심되어 뇌 MRI 촬영했다. 다행히 뇌에는 문제가 없었다.



오늘 뭐 하지 그리고 요가


요즘 나는 아무 목적 없이, 통증을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매일 늦게 일어나서 밥을 먹은 후, 오늘은 뭐 하지?라는 물음표를 머리 위에 단 채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과거와 자신을 자꾸 비교했다. 그건 정말이지 의미가 없는 싸움이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니, 이런저런 구상을 해보지만, 결론은 언제나 망할 거야. 또 망하겠지. 머릿속에는 뭘 해도 망함이라는 길, 나의 상상력의 끝은 망함이라는 문으로 향한다. 쭉 가볼까 하다가 위에서 쇠창살이 처진 감옥이 내려온다. 이것도 아니구나. 이 나이에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지낼 수도 없다.


"나의 병은 나의 모든 습성을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나에게 부여하였다."
프리드리히 니체  


 
나는 요가를 배우고 싶었다. 아마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건 너무 오래됐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가격 정보가 없었다. 뭔가 크고 멀게 느껴졌다. 비용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어려운 사람이었다. 비용 운운 했지만,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는 정보다.

요가원에 방문하거나 혹은 전화로 상담하는 것조차 너무 힘든 일이었다. 요가원이 있는 빌딩 앞에서 몇 번을 고민했다. 요가원에 있는 층에 올라가고, 투명 유리문 앞에서도 서성이다 돌아온 적도 있다. 서른한 살에 나는 수영을 배웠다. 수영을 등록했을 때, 나는 백수였다. 그때는 내 인생이 애매한 인간으로 흐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건강과 컨디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었다. 나는 직업 인이 되지 못했다.

무언갈 배우는데 내가 어떤 사람 인지가 큰 벽이 됐다. 모임 같은 건 나가지 않았고,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의 연락도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소통이 덜한 일을 하고 싶다. 물론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를 낯선 곳에 밀어 넣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병원도, 집에 가만히 있는 것도 통증 회복에는 효과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사람들과 통성명을 할 필요는 없지만, 함께 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 요가였다.

요가 시작 첫 달에 월에 주 2회, 그리고 8월에는 주 3회를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 나가서 따라 하기도 벅찼다. 주 3회를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 그랬던 나는 요가를 가지 않는 날에는 20분 정도일지언정 요가 매트를 편다.

유튜브를 켜고 '요기니'라는 폴더에 저장해 둔 에일린 요가를 따라 한다. 요가에 가지 않는 날에는 유튜브 선생님을 따라 한다. 요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책장을 다른 쪽으로 미뤄 놓고, 자질구레한 것들을 치웠다. 가부좌를 틀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으로 요가는 시작된다. 요가를 할 때만큼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제대로 한 호흡, 한 호흡 유튜브 속의 선생님을 닮아가려고 노력한다. 태어나서 숨 쉬고, 반드시 앉고 서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내 몸에 대한 인식을 함으로써 몸에 나쁘다고 여기는 걸 피한다. 그 첫 번째로 거북목을 더 거북으로 만드는 백팩을 쓰지 않는 것. 백팩은 언제나 무거웠다. 가방에 채운 무게는 내 욕심이었다. 노트북에 책  몇 권,  혹시 모를 여러 가지 것들... 이제는 이렇게 들지 않는다. 더 이상 백 팩을 들고나가지 않는다. 캔버스 백에 노트북만 들고나가거나, 얇은 책 한 권 정도 가지고 나간다. 내가 아프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어떤 날은 운동을 괜히 했나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며칠 동안 괴롭혔던 통증이 운동을 다녀와 조금 완화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뭐가 맞고 틀린 지는 모르겠다. 아프다고 그냥 가만있을 것보다 낫겠지라는 마음 조금과 약간의 오기로 요가를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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