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 걸린 생각들
하늘에 떠있는 구름.
우리가 매일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사람들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던 어느 무더운 오후.
하늘에 떠있는 높다란 뭉게구름을 마주한 날.
건물들 사이에 놓인 전깃줄 아래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오래된 기억 속에서 보았던 것만 같은 풍경.
시간이 흘러 잊고 살던 기억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쨍한 햇빛이 부서지듯 내리쬐던 날씨.
여름 뒤의 계절이 포개진 듯이 새파란 하늘.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 스치듯 바라보았던 하늘.
운동장 위 하늘 한편을 채우고 있던 높다란 뭉게구름.
다른 기억은 모두 시간에 씻겨 흩어졌지만 구름을 보자 그날의 날씨는 선연히 되살아났다.
그래서 하늘을 보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희망을 논하던 과거와 그러한 바람이 차츰 잦아든 현재.
머리 위에서 말없이 하늘 위를 떠다니고 있는 뭉게구름.
맑은 하늘에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듯 많은 물음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부푼 꿈을 안고 살다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면 탈출구를 찾아 헤매게 된다.
방향성을 잃고 겉도는 기분으로 마주하는 시간들과 이리저리 부딪히며 세월은 흘러간다.
그리고 세월과 닮은 나 또한 어느새 닳아 있었다.
무어라 항변할 새도 없이 그 위로 시간은 쌓이고 새로운 시간이 기억을 덮어쓸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지나간 오늘을 온전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탈출구로 향한 시선을 거두어 한 번 더 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