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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Dec 10. 2023

“외롭다”는. 너스레-

인 줄 알았지?


너스레가 아니다. 외롭다. 너무 외롭다.

분명 날 위한. 진심을 다해 나라는 한 인간을 사랑해 줄 사람이 올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기다리다 지쳐버렸다.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는 걸까. 샤워를 하다 의구심이 들었다. 참고로 나는 기독교인이라서 하나님께 물어보았다.


“나는 대체 누구의 갈비뼈인가요?”


“…”


살갗에 닿는 물만 따스했다. 마음은 이미 저 북극 물고기 비늘에 닿는 물결보다 차가웠다. 앗. 차가.


예쁜 아이가 예쁜 미소를 띠며 사랑하는 이와 식 올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오늘. 분명 축하할 때는 이다지도 기쁠 수가 없었는데.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이 쓸쓸하다 못해 슬펐다.


좀 지겨웠다. 혼자라는 게.


“난 오늘 이걸 했고, 이걸 먹었고, 이런 사람들이랑 이런 대화를 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웠다. 그렇다고 아무나 잡고 얘기할 수도 없어서. 혼자 코인노래방에 가서 외로운 노래 십팔곡을 불렀다. 18곡=5,000원


전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몇몇 이성과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 후의 감상을 브런치에 끄적였고, 어쩌다 헤어진 그 애와 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그 애가 말했다.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런데. 혹시 네가 만난 이성 얘기는 브런치에 쓰지 않으면 안 될까?”

넌 참 바라는 것도 많지.


그래도 난 쓰지 않았고, 스토리를 끄적이려고 이성을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쓰지 말아 달라는 그 애의 부탁이 어쩐지 주문처럼 내 몸에 달라붙어 버렸다. 그리고 벌써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버리는 동안, 마음을 다 추스렀지만, 여전히 내 곁엔 아무도 없다. 제길. 뭔가 얄밉다. 그냥 막 끄적이고 막 만날걸.


엄마와 동생은 오히려 잘됐다고 한다. 괜히 어중이떠중이 너에게 상처 줄 사람 만나느니 정말 널 아껴주고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날 때까지 스스로의 삶을 가꾸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즐기라고 한다. 직장에 결혼한 언니들도 내게 말한다. “모다야~ 아직 어려. 지금을 즐겨~” 정말 머리로는 이해가 가고, 나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안 그렇다. 너무 외~롭다. 하루종일 누워서 쉬고, 오늘은 결혼식에 가고, 여러 경험을 해도 대화할 이가 없고, 내 앞엔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난 저 손을 뜯고 싶다. 씹고 뜯고 맡보고 즐기고. 한때 누가 사랑하는 이를 보며 씹을 때는 왜 예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러나 밉상이다 생각했는데. 내가 그 짓을 하고 있다. 이래서 함부로 상대를 판단하면 안 되나 보다.


외로워서 길 가다 누가 번호를 물어보면 줘버릴 것 같지만, 물론 물어보는 이도 없지만, 외로움이라는 절벽 위에서 겨우 이성이란 놈이 손끝으로 매달려 버티고 있다.


이젠 확성기를 들고 싱글남에게 외쳐야겠다. “오세요~~~~~ 제발~~~~ 여기로~~~~” 쓰는데 웃기다.


낄낄거리며 쓰지만 웃지 말길. 진지하다. 다양한 만남에 더 열린 자세로 임하자고 각오를 다지는 저녁. 브런치에서 글 쓰라고 알림이 와서 괜히 한번 너스레를 떨어보았다.


(ps- 아니? 사실 너스레 아니다 진심이다)



- 사진은 픽사베이 무료 사용 사진을 가져와 내 마음을 대표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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