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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Feb 02. 2024

홍콩 여행 첫째 날

떠지고 보면 둘째 날이긴 하지만-

어제 홍콩에 도착했다. 내 친구 루루를 보러 온 것이다. 루루는 나의 오랜 친구이다. 유학시절 가난한 유학생으로 아끼며 살던 내가 처음 다닌 영어학원에서 사귄 친구. 루루.


비행기에 오르기 전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흰 맨투맨티가 귀여운 홍콩커플이 옆에 앉았다. 어디에 가느냐는 물음과 여러 음식추천 끝에 내가 lama lisland에 간다고하니 서로를 마주 보며 머뭇거린다.

“엄- 엄- 거기는 볼 게... 엄.. 우리가 추천한 음식도 거기에 없을지도-”

남자애가 “거기 지루-”하니까 여자친구가 팔꿈치로 남자친구를 찔렀다. 내가 웃으며 “거기 지루해? “되묻고 나서야 웃으며 맞다고 응답했다.


이런-


이번 여행은 정말 아무런 계획이 없는 여행이었다. 마치 먼 친척 보고 싶어 가는 것처럼. 오랜 가족을 만나러 가는 느낌이랄까. 홍콩 어디에 가는 건지도 홍콩커플이 물어봐서야 구글로 한번 들여다보고 알았다. 가장 큰 목적은 내 오랜 친구를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자 씨티 은행이 보였다. 중국에서 주로 씨티은행으로 환전해서 정겨운 기옥이 떠오름과 동시에 수많은 인파 사이로 줄을 서고 유심개통하고(유심은 말톡으로 한국에서 미리 샀는데 정말 유용했다. 다음에 또 사야지.) 지하철 표를 사고 홍콩역으로 향히는 일종이 이어졌다.



여행 오기 전에 사람들이

“이건 꼭 해야 한다. ”

“기회 되면 여기에 가봐라. ” 등의 추천을 해줬는데,

나도 다른 건 몰라도 디즈니 랜드는 꼭 가야지 생각했다. 루루는 나랑 과가 좀 비슷해서 꽤 돈을 잘 아끼고 모으는 편으로 내가 조르지 않는 이상 우리가 디즈니에 가지 않을 확률이 99.9%였다. (왜냐면 디즈니는 비싸거든)


하지만 그런 적도 있다.


루루는 돼지고기를 안 먹는데,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나고 ‘대체 돼지고기를 안 먹으면 무슨 낙으로 사는감’ 생각하며 그녀가 자주 가는 식당에 초대됐다. 그리고 그것은 내 완전한 착각임을 알게 되었다. 유학생활 중에 루루가 데려간 곳은 그 어떤 집보다 맛있었다. 역시 현지인 짬밥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지금 나는 뭐랄까 심적 에너지도 많지 않고, 되려 귀찮고 싫으면 쳐내는 상태이다. 뭐랄까. 드디어 깊은 슬픔에서 빠져나와, 나 스스로를 존중해 주는 시점으로 돌아왔다고나 할까.

너무 오래 하고 싶지 않은데 강행하고, 나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기다린 뒤 결정하기보다 그냥 해야 될 것만 같은 압력에 못 이겨 결정을 내렸었다.

요즘은 꼭 이걸 해야 한다고 고집하지도 않고, 대신 싫으면 싫다고 명확히 말하고, 싫은 사람 딱히 안 보고, 싫은 거 안 하고 나를 존중해 주며 지낸다.

그래서 딱히 계획 안하고 온 지금의 상태에서 루루가 먼저 제의하지 않으면 꼭 가야 되는 건 아니지 싶은 생각도 있긴했다.


주변에서 이거 했어 저거 했어하면 보톤 나도 일종의

압력인지 뭔지 나도 해야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 잡히곤 한다. 하지만 꼭 그 추천을 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늘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한다. 꼭 그 계획이 아니더라도 가보면 놀라운 색다름이 나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즐기고 노는 거 나는 그게 여행이고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준 정보 말고 넌 뭐하고 싶어 내게 물어보니. 내 마음이 몇 개 말해주었다.


“야경 즐기기, 스노클링 하기, 루루랑 못다보냔 시건 더 보내기”


그게 끝이었고, 그건 어떤 방식으로든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가방에 스노클링 물안경을 꼭 담고 도착한 홍콩역에서 마중나온 루루를 꼭 껴안았다.

“루루. 루루.“ 하면서 우리는 몇번이고 서로의 이름을 되뇌였다.

식당에서 루루의 남자친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엔 올려진 음식이 보였다. 그리고 두 친구가 시켜준 생선 마라탕을 입에 넣운 순간 생각했다.


’ 디즈니랜드 안 가도 돼. 내 일정은 네 거야 루루. 날 데리고 여기저기를 누벼줘.‘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중국음식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밥을 먹고 배를 타고 보니 안개 낀 도시 야경이 즐비했다. 루루의 집은 배 타고 30 분가면 나오는 라마 아일랜드(南丫岛-난야다오)는 지루하기는 커녕 벌써부터 흥미진진 아름다운 밤풍경으로 눈이 부셨다.


(얼굴만 가림-생각보다 훨씬 흥미로븐 라마 아일랜드)


홍콩은 신기하게도 번체자를 썼다. 중국말에는 번체자와 간체가 존재하는데.  번거로운 번-번체자는 글 획수가 많으며 고대에서부터 사용한 말이 그대로 이어져 온 문자다. 간결할 간-간체자는 노동당이 중국을 점령하며 목택동이 노동자들도 사용하기 쉽도록 번체를 간결화한 것이다. 내 짧은 지식으로는 이렇다. 예전에 지식계층과 노동계층이 서로 다투었고, 지식계층(대학을 나오거나 지식을 가진 이들이 모인 파)이 싸움을 피해 대만으로 이동했고, 노동계층(모든 노동자는 평등하다는 사상을 거진 파)이 중국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누구는 하나의 나라라고 외치고, 누구는 대만은 대만이고 중국은 중국이니 같지 않다 라고 외치는 예민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쨌거나 그중에서 홍콩은 특히 특수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전에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아 문화와 체계가 중국의 일반적인 체계와 달랐다(이하 생략-).


‘그래서인지 번체자를 쓰고 병음도 대만이랑도 다른 걸까. ’


여러 생각과 여러 말들이 오가는 저녁을 풍성히 보내고,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아침이다. 다행이 날도 맑았고 웃는 루루의 미소가 환한 아침이었다.


아침에 대리님이 여행 잘 다녀오라고(내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함) 선물해 주신 내 마음과 같은 스마일이 새겨진 양말을 신고 나갈 준비를 했다.


설렘 가득한 아침도 바다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그러데 먹느라 정신없어 음식 사진을 못 찍었다. 아쉽지만 루루가 식전 젓가락 등 닦는 사진이라도 넣어보자.


그냥 마시려고 찻물을 찻잔에 따르는데 “안돼 모다야!”하며 나를 제지하고 루루가 닦아줌. 아. 그래서 주전자가 두 개였구나. 하나는 뜨거운 맹물, 하나는 뜨거운 차였다.



중국음식 먹으니까 중국에 돌아오고 싶어졌다. 유학시절 지겹다고 생각한 중국이었는데, 육-칠 년 지나서 더시오니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오래전에 루루가 갓 홍콩에 터를 잡을 때 매번 통화하면서 “이곳에 와. 이곳에도 일자리는 있어. 일단 한 번 시도해 보면 되잖아.” 하며 홍콩 생활은 권유했던 말이 떠올랐다. 문뜩 이곳에서 사는 건 어떨까 싶었다. 여러 국적의 사람이 모인 나라, 자유로운 분위기, 이상하게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


어릴 적부터 나는 화교학교를 다녔다. 원래는 한국 사람은 다니면 안 되는 게 맞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인지거 미비했다. 부모님은 어린 나를 화교학교에 보냈고, 그렇게 중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중국은 나에게 친숙한 곳이었고, 꽤 오랜 시간을 중국에서 보내왔다. 어떤 점에서는 중국이 더 나를 편하게 만들었다.


이건 진짜 그냥 내 의견인데, 한국에 있으면 좀 불편한 상황들이 날 괴롭힌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예컨대 중국에서 돌아왔을 때 내가 가장 놀랐던 부분 중 하나는, 낯선 사람들이랑 눈을 너무 자주 마주친다는 것이었다. 나는 너를 본 게 아니러 그 근처의 사물을 보았는데 자신을 보는 줄 아는 건지 눈이 마주치면 당혹스럽다. 뭔가 불편한 기분이 내 안으로 엄습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걸까. 따라서 너무 쉽게 자주 마주치는 눈길과 시선이 부담스럽다. 처음엔 뭐지 싶었다가, 점점 사람을 보지 않으려 바닥을 보거나 천장을 보거나 매직 아이를 한다. 그런데 여기선 안 그래도 된다. 내가 어딜 보든 어디에 앉았든 사람들이 나를 다시 뒤돌아보거나 돌아보지 않는다. 나를 보며 다가온 사람은 요건이 있다. 예컨데 사진을 찍어 달라거나, 여기 꽃에 물뿌릴 건데 혹시 괜찮은지 묻거나. 어딘가에 존재하며 마치 내가 사물처럼 이곳에 자유롭게 속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상관없는 자유가 느껴진다. 따라서 나도 지나치는 사람을 자유롭게 보거나 지나치고, 나 또한 자유롭게 오고 간다. 내가 뭘 먹든, 친구와 무슨 말을 하든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참 오랜만이라 마음이 편했다.



나는 배를 타고 홍콩 시내로 나가며 루루에게 말했다.


“내가 딱 일 년만 더 한국에 살아보고, 행복하지 않으면 홍콩에 올게.”


한국에 좋은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 일상을 나누는 대리님, 오가며 인사하는 귀여운 아이티팀 친구, 함께 점심을 먹고 편안해진 동료까지. 하지만 반대로 파견직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뭐 그런 류의 사람은 어디에나 있겠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감이 들지 않는 부류, 몰려다니며 험담하는 부류(나도 어렵지만 이런 부류가 안되려고 엄청 노력 중이긴 함), 걍 짜증 나서 뚝배기 깨버리고 싶은 부류 등.

홍콩이라고 안 그럴까 싶겠지만. 루루에게 들은 바로 홍콩 생활은 북경보다 낫다고 한다. (이것도 내 의견이지만) 나는 한국 직장 문화와 북경 직장 문화가 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심한 경쟁, 너무 많이 해야 하는 일, 적은 봉급. 팍팍한 삶. 적은 식물과 자연.


어쩌면 그냥 지금 홍콩의 모든 게 좋아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딱 일 년 한국생활을 해보고 홍콩에 오고 싶어지면 오기로 했다.



루루는 잠시 회사행사로 나를 근처 공원에 데려다주었다. 루루가 말했다.

“무슨 일 있음 전화하고. 나는 근처에 있으니까. 얼른 끝내고 금방 올게! 조금만 기다려. “


저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라(미안 루루) 나는 활짝 웃으며 어느 지점에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네. 엄마~ 빨리 가세요. 빨리 가요 엄마~~~~”


장난스러운 말과 손짓에 그녀도 나도 웃었다.


공원 근처 커피숍에서

97$ 샐러드와 커피를 시켰는데… 현금은 안된다는 게 아닌가.

“어? 현금은 안돼요?”

당황하는 내 모습에 계산대 언니가 대답했다.

“그럼 현금 주세요. 주면 제가 제 카드로 결제해 드릴게요.”

친절하기도 하지. 나는 100$를 꺼내 건넸다.

“저희가 잔돈이 없어서 1000$는 못 받아요. 혹시 100$는 없어요?”

어라? 천 달러네? 마치 꽁돈 생긴 기분이라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가 뒤에 선 줄에 다시 다급해져서 지갑을 뒤졌다.

“어… 어…? 90$ 밖에 없는데? 어? …“

1000달러 말고는 90달러가 전부였다. 세고 또 세도 990달러인 돈을 쥐고 당혹해하며 “그럼 블랙 커피는 취소할 테니 더 저렴한 티나 음료는 없어요.”하고 묻자 언니가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It’s on the house.”

(쏜다는 말임)


“…. …리얼리..?”

내가 놀라서 언니를 보자 언니가 대답했다.

“Yes. Please come visit next time again.”

(네. 다음에 다시 방문해 주세요.)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스. 예스. 아일 컴백. 땡큐. 땡큐.”

기필코 재방문하리 영수증 사진도 찍고 다이어리에도 붙여놨다.


이런 대접….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 러브 유 홍콩.

아일 컴 백.



- 빅토리아 감옥.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감옥에 갇혔는가 슬퍼지는 구간이었음.


- 여성의 성행방과 자유를 표현한 전시 : 여러 생각을 함



ps- 그런데 루루는 왜 안 오지. 배고프다. 루루 오면 산에 가서 예쁜 야경(?)을 볼 예정이다. 둑훈 둑훈. 까먹기 싫은 추억을 끄적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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