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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Mar 14. 2023

우리 모두 사피엔스다.

<사피엔스>를 읽고 나서,

저녁 9시 무렵 아이가 잠든 ,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찾아온다. e북을 들고 폭신한 쿠션에 몸을 기댄 채   동안 소진된 감정을 채운다. 그런 의미로 최근 읽은 '사피엔스' (저자. 유발하라리) 선택은 좋았다.  


아 그랬구나! 그간 쳇바퀴 삶 속에 갇혀 지내다 싶은 필자가 얼마 만에 느끼는 지적 호기심인가. 흥미로운 글귀를 접할 때면 와이프에게 신나게 설명해 준다.


왜 몰랐을까? 그간 조상인 줄만 알았던 호모 에렉투스, 오스투랄로 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등등 원시인이 사실 나와 다른 역사, DNA를 갖고 있었다. 처음 본 사람과 기꺼이  의기투합하고, 허황된 비전도 그릴 줄 아는 호모 사피엔스와 확연히 다르다.



교과서 통해 배운 사실과 달리 호모 사피엔스는 여러 인간 종 중의 하나다


책 순서, 저자 의도를 감안하지 않은 채, 필자가 본 호모 사피엔스는 뒷담화, 거짓말, 유연성 이렇게 3가지 특성으로 정리해 본다


1.  특기는 뒷담화


날씨 좋은 3월 어느 날, 서울대공원 나들이 도중에 우리 안 침팬지 무리를 마주한다. 서로 털을 골라주고, 장애물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매달리기를 반복한다. 한참을 봐도, 우리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많은 수의 침팬지가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있다고 보자. 어떤가? 150마리(명)부터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점은 극명하게 갈린다.


사무실 안 직장인들의 이야기 단골 소재는 단연 '남 뒷담화' 다. 상사, 타 부서원, 신입 등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적정 선을 유지하라는 누군가의 조언도 있지만, 험담이 나쁘다며 혼자서 고귀한 척했다가는 어울리기 힘들 뿐 아니라 어느새 그들의 단골 소재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늘 뒷담화가 있다.  사무실과 동물원의 겉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생존 방식은 극명하게 다르다.


2. 거짓말쟁이들


부락에서 제국을 거쳐, 글로벌 시대를 연 인류 역사 발전의 근간은 바로 '허구'다. 다만 그 '허구'는 절대 스스로 '허상'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문화, 신앙, 민족, 기업 브랜드까지 각기 다른 형태로 우리 삶에 공고히 자리 잡혀 있다. BTS에서부터 비트코인, 사이비종교까지 어쩌면 비슷한 맥락이다.


사피엔스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문자와 언어다. 언어의 다양성, 진화에 대한 연관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지 오래전이다. 브런치로 타인과 소통을 하려는 필자와 거짓말을 이제 곧잘 하는 다섯 살 필자 아이는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3. 유연성


아비를 꼭 닮은 필자의 다섯 살 아이는 앵무새다.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들은 대로 몇 번을 읊조리다 보면 금세 그 단어를 익힌다. 재미 삼아 영어 단어로 알려줘도  따라 한다.


인간은 여타 동물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태다. 혼자서 지도, 먹지도 못하는 미숙한 아이는 부모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부모 역시도 특정 집단 안에서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가장 약한 인간의 고리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능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갓난아이는 비자발적 선택의 의해, 기독교인이 되기도 하고, 영어 원어민이 되기도 한다.



39살이 되는 해, 참 좋은 타이밍에 만난 좋은 책이었다. 필자와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마주하는 일상이 다르게 보인다. 때론 비루하게 느껴진 타인의 품행조차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사피엔스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입시부터 MBTI, 사내 평가 제도까지 타인과 힘을 견주거나 차이점을 찾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 왔던가. 가장 큰 것을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 절대적으로 믿어 온 것이 평생 학습받아 온 것이라는 생각에 아집과 편견을 내려놓는 계기도 되었다. 그 공간으로 타인의 온기가 더 채워지길 바란. 인정하고 사피엔스답게 살아야겠다.


삶, 일상에 대해 고민을 갖고 있는 모든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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