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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Jun 27. 2024

동거 스무사흗날

콩이 쾌유 일지-혼자서도 잘 먹어요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08시 훌쩍 넘어 일어났다. 

일어나면 아픈 어깨에 물파스를 바르고 아침 스트레칭을 한다. 

느지막이 거실로 나가 거실 커튼을 젖히고 나서 "잘 잤어?" 콩이에게 인사하며 중문 커튼도 젖힌다.  


08:50 콩이 안고 내려가 산책 겸 소변. 

여전히 돌아올 때 배추에 소변을 본다. 

그때 전화가 왔다. 아침부터 무슨? 축하할 소식이었다. 내게도 내 주변에도 좋은 소식이 계속된다. 감사하다. 


올라오다가 어제부터 계단에서 정신 못 차리고 뱅글뱅글 돌다가 날려고 발버둥 치다 기진맥진한 벌 한 마리를 땅바닥으로 옮겨 주었다. 가끔 곤충을 돌아볼 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 만약 내가 밟힐 뻔한 개미라면, 만약 내가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라면, 만약 내가 날개 다친 벌이라면, 이런 식으로....... 


09:20 로얄캐닌 100g 조금 안 되게 사료그릇에 부어준다. 조금 먹다가 그치길래 손으로 다 먹여 줌. 엎드린 채 고고하게 사료를 받아먹는 콩이는 상전이 다 된 듯하다. 

콩이 사료 급여 후 나도 어제 삶아놓은 감자와 어제 끓여놓은 된장국과 어제 담근 오이김치로 아침 식사를 한다. 


종일 학교 일.

과도한 일로 스트레스가 가득 차 허기가 지며 고기가 당겼다. 지난달 말에 작가들이 사 온 삼겹살 석 줄 냉동해 둔 게 있었다.  

오후가 되어 점심식사를 하는데, 삼겹살 한 줄 굽는 냄새가 나도 콩이는 누워서 잠만 잔다. 

개가 어떻게 고기 냄새에도 잠만 잘 수 있을까? 그전에 콩이는 고기는 말도 할 것 없이 국멸치만 줘도 헐레벌떡 정신을 못 차렸었다. 풍족한 실내 생활에 콩이는 식탐이 사라졌나 보다.   

어제 담근 김치를 먹어보니 오이김치는 짜고 얼갈이배추와 열무김치는 싱겁다. 식사 후 둘을 섞었다. 부디 제대로 익어서 맛이 나기를 바란다.

  

일하다 지쳐 잠시 노송나무를 안아본다. 


18:00 콩이와 저녁 산책 겸 소변.

이제는 오전 오후 합해서 하루 1.7km 정도 걷는다. 

돌아와 털을 빗겨주고 안고 올라와 상처에 소독약을 뿌려주었다.  

시간이 일러 나 먼저 달걀프라이 해서 밥에 얹어 된장국과 함께 밥을 먹었다. 상하농장 달걀은 깰 때마다 감탄한다. 어쩜 그렇게 진노란 색깔 알이 들어있을까? 신선도와 충실함이 최고다. 상하농장 달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밥 먹는 사이 콩이는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다. 배 고프다고 보채지도 않고 점잖게. 

19:40 로얄캐닌 100g을 사료 그릇에 덜어주니 손으로 떠줄 새도 없이 저 혼자 싹 먹어치운다. 배고프면 그렇게 되는구나. 


21시부터 단수라고 해서 여기저기 물을 받아 놓았다. 

설거지와 걸레질과 손빨래도 마쳤다. 

콩이는 벌써 잔다. 

나도 남은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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