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거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곱째별 Jul 02. 2024

동거 스무여드렛날

콩이 쾌유 일지-평화가 무엇이냐


오늘은 8시 대에 일어났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 스트레칭 영상을 찾다 보면 내 성향을 알 수 있다. 차분한 음성의 간결한 멘트와 정갈한 의상과 무리하지 않는 동작에 손이 간다. 초기에 찾아보던 조회수 높은 유명한 이들은 대개 말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 영상 틈에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발견하기 어려워 그 이름을 기억했다가 종종 따로 검색하기도 한다.  


아동문학가 정은 내 글이 두부나 흰죽 같다고 했는데, 나도 요가나 스트레칭 분야에서 그런 사람이 좋은가 보다. 이제는 강한 어조나 주장을 듣기가 힘들다.


바람이 몹시 불었는지 현관 작은 창에 붙여놓은 손수건 테이프가 떨어져 있다.

비가 와서 산책을 나가지 못한다.

어젯밤 늦게 식사했으므로 속을 좀 비워야 한다. 대신 나비금옥에게 식물 영양제를 꽂아 주었다.



문자를 받자마자 제8편 공부를 시작했다.

의로운 사회 건설과 그리스도인의 생활양식과 은총과 신성 부분이었다.



정의 없이는 평화가 지속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은 평화와 동시에 정의를 추구하는 일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평화는 정의의 산물이고, 사랑의 결실이다. 평화는 불목의 근본적인 뿌리까지 극복한다.



올 초 친구가 내 기도제목을 물으신 적이 있다.

정원을 찾아 헤매던 수년간 내 소원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산책'이었다.

그런데 올 초에는 달라졌다.

내 소원은 평화였다.

"그건 더 어려운 건데......."

난이도에 상관없이 소원은 마음. 이루는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내 마음 상태일 뿐. 그런데......


교회의 사회 교리는 그리스도교적 믿음, 희망, 사랑의 기본 요구 조건을 실행하는 것으로서 두 가지 기본 원칙에 기초한다. 첫째, 사람은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이루지 못할 때와 그 공동체 안에서 봉사하거나 봉사 받지 못할 때, 사랑하거나 사랑받지 못할 때 완성을 이룰 수 없다.
둘째, 사람은 하느님께 깊은 개인적 투신을 하지 않을 때도 완성을 이룩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이루지 않아서 평화를 찾았는데 그 안으로 다시 들어가라니....... 사랑하거나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를 내려놓으니 평화가 찾아왔는데 그게 원칙이라니....... 하지만 자기가 먼저 있지 않고서는 집단이 있을 수 없다.


공동체는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뭉쳐있다. 공동선이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 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쉽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 생활 조건의 총화"이다.


세계와 인류 전체를 위하여 기도, 순명, 극기, 고독, 침묵의 생활에 자신을 바치는 것이 가장 좋을 수도 있다.
현대인에게 심각한 위험과 유혹은 지나친 활동주의이다.
은수자의 생활과 관상 수도자의 수도 생활은 특수한 부르심이다.


지나친 활동주의를 조심하자.

기도, 순명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극기, 고독, 침묵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리 하자.



외적 조력 은총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움직이시어 당신을 알게 하고, 당신의 삶에 참여하게 하는 데에 사용하시는 모든 도움이다. 하느님께서는 신심 깊은 부모, 충실한 친구, 좋은 책, 훌륭한 음악, 병고와 시련까지도 우리를 위하여 사용하실 수 있다.



그렇다면 콩이의 사고와 치료는 무엇을 위해 사용되는 것일까? 콩이의 낑낑 소리에 사료 100g 조금 안 되게 덜어 주었다. 하지만 콩이는 먹지 않는다. 밖에 비가 와서 나갈 수가 없다.

"콩아~ 비 그칠 때까지 조금만 참자."


장마가 시작되니 정밀아의 '장마'부터 CD 전곡을 두 번 들었다.

레인부츠를 검색하다 선물만 하고 만다. 선물하기는 즐겁다.


14시 넘어 비가 그쳤다. 콩이를 안고 나가 소변보게 하려고 산책을 했다.

멀리 향적산 아래로 구름이 내려앉아있었다. 개천에 물이 불어 그 무성했던 풀들이 쓰러져있었다. 개망초와 금계국 위로 하얀 나비들이 축제라도 벌이듯 떼로 날아다녔다.

콩이와 돌아와 물을 마시게 하고 빗질을 하고 안고 들어왔다. 그제야 사료를 먹는다. 남기길래 손으로 끝까지 먹였다.



어제 주문한 책 두 권이 배송돼 왔다.

꼭 소장할만한 책만 사는데 어제 통화한 친구의 첫 장편소설과 내 책이었다.

친구의 책은 사주는 게 예의다. 기왕이면 판매 집계에 도움 되라고 국내 최고 서점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주문했다. 지금까지 그가 써서 출판한 다수의 책을 전권 사 보았다. 수년 전 시력을 거의 잃은 그 친구가 쓴 책은 이제 곧 보물급이 될지도 모른다.

가끔 서울에 가면 광화문에 위치한 국내 최고 서점에 들를 때마다 내 책이 한 권도 없는 걸 아무도 몰래 확인하고 왔다.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책 한 권 배송 시키기가 미안한 참에 친구 책과 함께 처음으로 내 책도 주문해 보았다. 그 서점(사이트)에 내 책을 사는 사람도 있음을 알려주려고. ㅎㅎ 작가가 자기 책을 사는 게 웃긴다고? 전혀. 흔히 있다는 계약 조건인 사재기도 아니고, 내 책은 정가로 구매해 한 권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기에 부끄럽지 않다.


18시가 넘어 집주인 소리가 들리기에 인사시키려고 콩이를 또 안고 내려갔다.

오래 못 보셨으니 보고 싶으실 터. 역시나 전화하시려고 했다고 하셨다.

나간 김에 소변보러 갔다가 대변이 마려운 듯 못 보길래 집에 왔다가 주인이 알려주시는 길로 갔다. 주인 말씀대로 콩이가 대변을 보았다.

집안에 들어와 또다시 물로 발과 배의 흙탕물을 씻기고, 사용한 패드로 물기를 제거하고는 깨끗한 패드를 깔아준 현관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사료 100g을 주었더니 먹고 남기길래 손으로 남김없이 먹였다. 왼손으론 부채질 오른손으론 사료 급여.

그렇게 19:20 콩이 일과 끝.


* 산책용 연푸른 셔츠와 7부 바지와 감청색 모자를 손빨래함.



매거진의 이전글 동거 스무이렛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