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아닌 직장동료를 부르는 호칭,
학교에는 교무실과 행정실이 있다. 교무실은 교사, 공무직들이 모여 교육 활동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행정실은 교내 시설, 예산 지출과 같은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그러나 교육활동과 관련된 예산은 교사들에게 분배되어 계획을 올려 사용하기 위한 품의를 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교사가 견적서를 제출하면 교사가 올린 품의 금액에 맞춰 물품을 구입하고 돈을 지출하는 업무를 행정실에서 하게 된다.
행정실에는 행정실장을 포함한 교육행정직이 있는데 나는 그들을 행정실장님, 행정과장님, 계장님, 주무관님, 주사님으로 나눠 부른다.
언제부턴가 학교 내에서는 부르는 명칭에 민감해졌다.
반 아이가 방충망을 열다가 창틀에서 방충망이 빠져버렸다. 괜찮다며 아이를 보내고 혼자 끼워보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행정실에 연락을 했는데 주사님한테 얘기를 하라고 했다. 바꿔달라고 했는데 그럴 수 없단다. 주사님은 전화를 받은 계장님 옆자리였다.
내선 번호를 확인해 다시 전화를 했다. 주사님은 앞으로 메신저로 연락하라고 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전체 메시지가 왔다. 명칭을 똑바로 해달라며 주사가 아닌 주무관님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나는 메시지를 보냈다.
-주무관님, 저희 반(0-0) 창문 방충망이 빠졌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위치가 어딘지 얘기해야죠.
-교실 운동장 쪽 창가입니다.
-정확하게 어딘지 말해야 고치죠.
-교실 뒤쪽 운동장 쪽 창가 중 앞창문입니다.
직접 와서 보면 될 것 같은데 창문 고쳐달라고 말하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싶었다. 잠시 후 주무관님이 오셨다.
-안녕하세요. 여기 이쪽 창문입니다.
-아이씨. 이거 왜 이렇게 된 건데요?!
순간 기분이 나빴다. 안 그래도 성적처리 하느라 바쁜데 짜증이 솟구쳤지만 참았다.
-저희 반 학생이 창문을 열다가 방충망이 빠졌습니다.
-아이씨. 창문을 제대로 열어야죠!
-(이 씨…) … 주무관님. 제가 일부러 고장 냈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데 왜 자꾸 화를 내세요?
-내가 언제 그랬다고,
-(말꼬리 자르며) 지금 그게 화내시는 거예요, 주무관님. 학생이 문 열다가 방충망 빠질 수도 있는 거지 왜 그렇게 짜증을 내시는데요? 저 진짜 불쾌합니다.
그는 중얼거리듯 변명을 하며 방충망을 금방 끼웠다.
-감.사. 합니다.
평소에도 교사들 인사를 안 받는 주무관이었다. 나도 몇 번 씹혔다. 절대 먼저 인사하지 말아야지 마음먹었었는데 습관이 되어서 누구에게든 인사를 하게 되더라. 몇 번의 실패 뒤에 이제 그가 내 인사를 씹어도 상처받지 않으려 혼자 되뇐다.
-그래, 원래 인사 안 하는 사람이지. 사람이 쉽게 바뀌냐. 나도 안 바뀌는데.
그리고 얼마 뒤 기존에 계시던 영양사님이 가시고 새로운 분이 오셨다.
-안녕하세요, 영양사님.
나는 습관처럼 또 인사를 했다.
그녀가 다가와 귓속말을 한다.
.
.
.
-나도 선생님인데 앞으로 영양사 선생님으로 불러줘요.
외우자.
행장실장님, 행정과장님, 계장님, 주무관님, 영양사선생님, 조리장님, 조리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