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나를 황당하게 한 것들의 기록
#1
아침 8시도 되기 전, 문자가 왔다.
오늘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가 아니었다.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 D의 학부모였다. 나는 문자를 잘못 보냈음을 알리고 학교에 와서 그 학생의 담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국말이 서툰 사람이었는데 우리 반 아이도 아니었고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의 학부모도 아니었다.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했다. 이 사람은 내게 전화를 건 것이 맞았다. 그래서 말씀해 주신 것을 제가 해결할 수 없으니 학교 교무실로 전화하라고 말했다.
-전화번호는 문자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번호를 어떻게 아셨죠?
-학생 D 엄마가 알려줬어요. 여기로 전화하면 해결해 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한 시간 뒤쯤 다른 학부모에게도 또 전화가 왔다. 역시나 우리 반 학부모는 아니었다.
자신의 민원과 궁금함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곳. 학생 D의 엄마에게는 바로 내가 그런 곳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의도대로 난 그 아이의 결석 사유를 담임 교사에게 전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학생 D의 학부모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내 개인 연락처를 내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문자로 따지고 싶었지만 작년에도 나를 힘들게 했던 학부모였기에 피하는 걸 선택했고, 연락처를 차단했다.
(작년에도 학생 생활 태도, 수업 태도가 엉망이라 학부모 상담을 했는데 인사도 없이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자기 아이만 두둔하고 갔었다. 갈 때도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내 인사만 받고 떠났다.)
난 조만간 핸드폰 번호를 바꿀 것이다.
바꿔야만 할 것 같다.
#2
초등학교에서 출결 관리는 대부분 이렇게 이뤄진다.
여행, 친척 방문 등으로 결석 예정인 경우 미리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다녀온 후 등교하는 날 교외체험학습 결과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한 장으로 되어 있는 계획서는 학교 밖에서 어떤 학습을 할 것인지 방문 장소, 체험학습 목적, 간단한 계획을 적게 되어있다. 보고서는 교외에서 어떤 체험 활동을 했는지 사진, 그림, 글로 적고 입장티켓이 있으면 그것을 붙여서 내기도 한다. 간단한 학부모 의견서도 있는데 학교마다 양식이 조금씩 다르다.
갑작스럽게 결석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파서가 대부분이기에 질병 결석 처리를 위해 어디가 아팠는지 체크하고 3일 이상 결석할 경우 소견서, 진단서 등을 첨부하게 되어있다.
출결은 성실함의 기본이 되기에 출결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미인정 결석이나 기타 결석이 되지 않게 하려고 우리 반에는 출결서류를 출력하여 지정 장소에 놔둔다. 가정에서 출력이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필요한 학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학기 초에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안내를 해둔다.
그런데 학생이 아무 연락 없이 안 오는 때가 많다.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도, 문자를 해도 답장이 없고 학생도 받지 않는다. 왜 문자를 읽고도 대답이 없는지, 부재중이 몇 통이 찍혀있을 텐데 왜 연락이 없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때가 있다. 아니 많이 있다.
부모도 챙기지 않는 출결을 담임인 나만 걱정하며 연락이 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쓰는 것이다.
-우린 여행 중이에요.
오늘 결석한 학생의 부모에게 하교 30분 전에 온 문자다. 늦게라도 보냈으니 다행인 건가?
양방이 아닌 예의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3
오늘 점심시간에 물품을 챙겨가려고 교무실에 갔다가 우리 반 아이가 오늘 전학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어제도 일주일 넘도록 출결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연락을 주고받은 학부모였다.
왜 그 부부는 내게 전학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교실로 와 학생에게 물어봤다. 학생은 모르고 있었다. 학부모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급하게 수업 활동 결과물을 챙기고, 사물함을 정리해서 짐을 쌌다. 그렇게 그 아이는 우리 반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전학을 갔다.
아이들에게도 친구와 헤어짐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학 간 학생의 보호자는 나와 우리 반 아이들에게 헤어짐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
#4
또각또각. 급식실에 구두를 신고 누가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를 꼭 안아준다. 그렇구나, 우리 반 학부모구나. 어이없는 눈빛과 표정을 숨길 새도 없이 내게 걸어오며 방학 앞두고 여행을 갈 것이라며 인사도, 소개도 없이 용건을 말한다.
-누구시죠? (초면이니 소개를 해라.)
-상담 오신 건가요?(상담은 미리 연락했어야 하건만..)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곤란합니다. 교무실에 가서 기다려주시겠어요?
괜찮다며 계속 식사를 하라며 내 앞에 서 있는 보호자.
아이들이 그 사이를 못 기다리고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건다. 담임교사가 누구랑 대화를 하건, 일을 하건, 전화를 하건 대부분의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할 말을 빨리 전달하고 싶을 뿐.
그리고 그 아이들 사이에 함께 서 있는 우리 반 학생의 보호자.
급식실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시면 안 된다고, 교무실에 가 계시라고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강한 어투를 실어 전했다.
마음이 불편해서 식욕이 뚝 떨어졌다. 아이들을 챙기고 대강 허기를 달랠 정도로만 밥을 먹고 교무실로 갔다. 학부모는 불편하다며 교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 서 있었다.
나는 편한 존재라 식사하는 내게 그렇게 예의 없이 찾아왔나 싶어 기분이 언짢았다.
상담을 마치고 배웅하며 살짝 말했다.
-00이 집에서 자기 물건 정리 잘하나요?
늘 책상 서랍이며 사물함이며 살짝만 건들어도 책, 색연필 등 쏟아져 떨어지는 아이였다.
-안 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제가 말해도 안 듣는걸. 소용없어요.
-교실에서도 정리 정돈을 지도하고 있으니 가정에서도 지도 부탁드립니다.
학부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5
아이들이 하교한 후 뒤쪽 전등을 끄고 창문과 교실문을 열어 놓았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있으면 교실이 많이 덥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만 혼자 있는 교실에서 에어컨은 지구를 아프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끄고 지낸다. 나는 건강한 지구에서 살아가고 싶으니까.
그런데 학교 복도는 정말 시끄럽다.
조용한 복도를 보면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 같다.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기괴한 소리를 내고 싶은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냅다 뛰며 발자국 소리를 연신 울려댄다. 화장실에 같이 왔다가 먼저 가는 친구를 부르기 위해 목청껏 친구 이름도 부른다. 복도에 울리는 탕탕 소리도 듣고 싶은지 복도를 걸어가며 교실 문을 두들기며 가기도 한다.
교실에 오후 세시쯤 있으면 매년 듣고 볼 수 있는 광경들.
그러나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가는 아이들 행동이 하나 있다. 교실문을 살짝 열어 놓았을 때나 자신이 걷고 있는 복도 옆 교실에 선생님이 혼자 있는 것 같다고 생각될 때 종종 일어나는 일.
트림이다.
보통은 화장실 옆 교실을 사용할 때 이런 일이 잦았다. 화장실 가는 길에 앞문을 지나가며 한 번, 뒷문을 지나가면서 한 번 트림 소리를 낸다. 그런데 만약 그 교실에서 반응이 없으면 화장실 볼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똑같이 문 앞에서 트림 소리를 낸다.
불러서 이유를 묻고 싶지만,
대부분은 문 쪽으로 걸어가는 발소리만 조금 들려도 꽁지 빠지게 뛰어간다는 것.
교실에서의 한 주의 마무리를 남의 자식 트림 소리가 다했다.
다음 주는 어떻게 살아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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