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프로 혼밥러

초등학교 점심시간 엿보기

by Kayla

학교 급식실은 그렇게 크지 않다. 일반 교실을 2~3개 합쳐 놓은 정도이다. 6개 학년이 정해진 시간에 급식실로 줄을 서서 간다. 그리고 수저와 급식판을 챙겨 음식을 받아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 먹는다.


먹기만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도 나누고, 다른 반 친구들을 만나면 인사도 좀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을 서로 맞바꿈도 한다. 선생님이 분명 안된다고 했음에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몰래 이뤄지는 교환이 재미지다.


밥을 먹다 일어나 친구와 이야기를 하거나 급식을 다 먹었음에도 계속 남아있는 학생들, 뛰는 학생들은 뜨거운 음식이 오고 가는 좁은 공간에서 다치거나 급식을 먹는 것에 방해가 되므로 바로 제지가 들어간다. 말은 하지 않지만 눈을 마주치고 눈살을 찌푸리면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보자고 말한 후 빠르게 급식실을 빠져나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점심시간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점심 급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제철 재료로 영양소를 고루 담은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음에도 몇 숟가락 안 떠진다. 1학년 담임일 때는 3월에 국물만 겨우 떠먹고 버린 적도 많았다. (너무 힘들면 음식이 안 들어간다)


다른 나라 학교를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나라 급식은 정말 우수한 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 학부모들은 그걸 모르는 듯하다. 그 사실을 아는 내게도 학교 급식은 인기가 없다.


예전 교사들이 무료로 급식을 먹을 때에 아이들은 무료로 먹더라도 교사는 안된다며 쌍심지를 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돈을 내고 먹는다. 그런데 내 돈 내고 먹는 그 급식은 아이들 입맛에 맞는 식단이라 어른 입맛인 나에게는 별로일 때가 많다. 이렇게 열심히 정성껏 만들어주셨는데 먹어야지 하면서 의무감으로 먹는다. 키즈 메뉴를 내 돈 내고 먹는 집단, 초등학교 교사다. 나도 여느 직장인들처럼 맛있는 식당에 가서 어른 식단으로 밥을 먹고 싶다.


아이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궁금한 게 많다. 선생님이 얘기할 때 듣지 않고 본인이 궁금해지면 그제야 묻는다. 그런 아이들이 적지 않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뚜껑도 따주고, 밥 먹다 싸우면 중재도 하고, 누가 급식판을 엎거나 쏟으면 그것도 닦고. 휴… 코 앞에 서서 입 안 가득 음식을 물고 말하는 아이들을 몇 명 상대하다 보면 어느새 밥을 먹고 싶은마음이 사라져있다.


거기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나오는 음식은 빨리도 식는다. 식은 밥은 정말이지 너무 맛 없어서 약간의 허기만 가실정도로만 먹고 버리게 된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꼭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혼밥이다.


혼자 도자기 그릇에 따뜻한 음식을 해서, 먹는 흐름이 끊기지 않게 온전히 내 식사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집에서조차 나만의 식사시간을 갖는 것이 어려워졌기에 식당에서 하는 혼밥도 좋아졌다.


교직생활 십몇 년이 훌쩍 넘자 나는 프로 혼밥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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