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연락하지도 않는 전연인. 하지만 마음한켠 늘 불편하고 한번씩 이상하리만큼 생각이 나서 나를 괴롭히는(?)듯한 아리송하면서 아렷한 감정을 느낄때가 있었다. 굉장히 불쾌하면서도 나도 아직도 잘모르겠는 애매한 감정들에 힘들어하는 내 자신을 볼때마다 너무나도 괴롭고 혐오스러운 내 자아와 2년정도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날들이 반복될 때 동안 우울한 얼굴을 하다가도 열심히 살다가도 때로는 노래 하나에 1시간가량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혼자 소리없이 끊임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그렇게 살다가보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알게된, 말이 상당히 잘 통하는 듯한 어떤 한 사람에 대해 일어나는 나의 조급한 감정과 또한 지난 사랑으로부터 물들어 생겨버린 불안한 감정과 함께.. 나는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친해지는것 같을 수록 많은 대화를 주고 받을 수록 순간순간 느껴지는 서운한 감정들과 불안한 감정들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 이사람도 아니겠지. 그냥 그정도인거겠지. 괜히 시작하다가 더 상처받고 끝나는 바에 시작하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선 내가 안달나하는 모양의 사랑이라면 좋지않다는 나름의 공식같은 자가피드백을 스스로 새기면서 어쩌면 이 관계에서 생겨버릴 상처를 미연에 방지하듯 나름에 나를 보호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아니라면 그 기대에 대해 또 한번 상처가 덧나지 않게 하기위해서 그냥 흘려버리자 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딱 한명 내사람을 고르는 것인데 아닐 수도 있는거지 당연히. 딱 한명인데. 라는 말을 되뇌였다.
하지만 감정을 흘려보내거나 해소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아닐까. 이런 복잡하고 나를 우울하게 하는 또는 실망스럽게하는 상처들 속에서 나는 정말 이 감정을 어찌할줄 몰랐고 털어내고 싶었다. 그런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어쩌면 이 책은 내 복잡하지만 도움이 안되는 감정들을 중요하지 않은 것인것 처럼 털어내기 위한 우주의 선물일 것 같다.
우연히 방학을 맞아 이럴 때 책읽지 언제읽어 하는 생각에, 의학도서관에서 책을 몇가지 뒤적뒤적거리다 대충 찾아보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야지 하던 찰나에 한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책이 괜찮아서 주변에 있던 다른 책들도 한번 대충 살펴보다가 가려던 찰나에 또 다른 책을 발견했다. 집어든 책 중에서 좀 괜찮아 보였던 책은 "수상한 초콜릿 가게"라는 제목이었다. 이전에 "마음세탁소"라는 책을 읽어본 기억에 비슷하겠지 판타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는데, 사랑이야기였다. 초콜렛을 매개로 한 사랑이야기. 초콜릿가게에서 사랑이야기에 대한 상담을 받고 초콜렛을 받아가는데 그 사랑이야기들이 이 책의 내용이다. 몇명의 사연이 옴니버스처럼 구성이 되어있는데 결국에는 스토리가 어느정도 연관성있게 흘러가는 이야기다. 마지막 끝은 상당히 독자들이 원하는 패턴으로 끝을 맺는 훈훈한듯한 느낌이다.
짝사랑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책을 읽는 동안 지난 연인에 대한 나의 알수 없는 불편한 감정들과 그 흔적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트라우마 같이 남아버린 불안한 감정들이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겪는 감정, 고민들과 함께 초콜렛처럼 녹아버려서 삼켜진것같다. 어쩌면 짝사랑과 비슷한(?) 하지만 어디서 정확히 이 감정 알아 줄 데 없는 그런현실앞에 이 책은 정말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하나가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줄이야.
본문의 내용들을 소개하자면
"사랑을 달콤하지만 떄로는 씁쓸하다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맞춤초콜릿을 추천해줍니다."는 그 말이 내가 초콜렛을 좋아해서 나도 같이 녹아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초콜렛이 달콤쌉싸름한것과 사랑은 너무나도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들어서 에피소드들을 듣기전부터 이부분에서부터 공감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많이들었다. 나도 초콜렛 좋아하는데 고급초콜렛을 지인에게 선물받아 맛있게 먹었던 기분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맞춤초콜렛을 받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설레었다.
초콜렛을 사랑에 빗댄 것은 생각보다 사랑에 대해서 논리적인 이해가 가능한 해석이었다. 초콜렛의 온도는 35도인데 사람의 체온보다 1도 낮아서 입에 들어가면 서서히 녹는다는 것. 그런데 초콜렛도 녹는 온도가 정해져있어서 초콜렛을 만드는데 온도 조절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초콜렛이 같은 온도로 녹아 그에 맞는최상의 맛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각자 녹는 온도가 다르고, 각자가 가진 온도에 맞게 템퍼링을 해주어야 그게 맞는 맛이 나온다한다. 그저 그사람의 온도에 당신은 스며들지 못했고, 당신의 온도에 그사람은 굳어있던. 각자가 가진 적정 온도가 달랐던 것이라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떨때는 수줍어 숨기고싶고, 어떨 때에는 사랑에 아파하는 내 자신의 초라함에 부끄러워 숨기고싶었고, 그런 내자신을 보며 허락하지 않는 자존심에 대해 분노했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어떤 이에게는 사랑의 표현이란 부끄럽고 숨기고싶은 것이 아니라, 과학진리와 같은 사실 그차체를 얘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느끼기도 해서 충격적이면서도 당당함에 놀랐고 동시에 배움이 되었다. 사랑앞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당당함이란 얼마나 멋진 것일까.
"그냥 내 마음을 전달한 거죠. 매번, 내 마음 가는대로, 솔직하게. 사장님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기분 안 나쁘잖아요.저도 그냥 내가 너를 좋아한다. 그 사실에 조금은 감정이 섞인 채 말을 전했어요."
이 문장을 읽고 내 마음에 대해서 편안해지기도 했다. 마음을 가진다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들킬까봐 숨기는 것도 아니라, 그냥 팩트 그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그 외에 또한 마음이 몽클해서 나도 따라하고 싶었던 부분은 한참 책을 읽다보면 할아버지 손님이 찾아오는데부분이다. 첫사랑인 할머니 얘기를 하다가, "반했다기 보단 그사람 곁에 내가 영원히 머물게 된 거죠."하는 부분이다. 곁에 영원히 머문다는 것은 참 로맨틱한 부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이기도 하고 책임감이 따르는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 만큼 사랑스럽고 섹시하고 로맨틱한 사랑이 있을까? 나는 누구의 곁에 영원히 머물게 될까? 내가 영원히 머물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사람이면 좋을까? 하는 상상을 잠시해보았다. 앞으로는 사람을 보면 영원히 머물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으로 사고를 바꿔야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마음에 정리도 되는 것 같고 그뿐아니라 기분좋은 마무리가 된것 같아서 굉장히 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