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국 회사원 루나 Apr 14. 2023

세 번의 퇴사를 통해 찾은 나의 커리어 방향성

내가 서른 살에 2억을 벌게 된 이유 #미국직장인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미국에 산 지는 13년 차가 되었고 직장인으로 일한 경력은 5년 정도 된다. 그리고 이 짧은 기간에 나는 세 번이나 퇴사를 했고 그때마다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찾아가고 있다.


첫 번째 퇴사



첫 번째 회사는 미국에서 잘 알려진 이커머스 회사였다. 그곳에서 하던 일은 merchandising planner라는 일이었는 데 쉽게 말하면 어떤 물건을 얼마큼 살 지를 정하고, 매출액 예측, 그리고 재고가 안 팔렸을 때 프로모션을 얼마큼 할지 정하는 것이 나의 메인 직무였다. 대부분 엑셀로 이루어졌으며 정말 많은 숫자를 봤다. 많은 숫자들을 일일이 보며 재고가 적당히 있는지, 매출액이 잘 나오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물건을 더 사야 하고 어떤 물건을 프로모션을 해야 할지를 내가 직접 일일이 엑셀을 통해서 계산해야 했다.


그 당시 회사에서는 이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자동으로 매출액을 예측해 주는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과 같이 일하게 되었다. 대학교 때 통계 전공을 한 내가 보기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머신러닝 모델들은 나보다 매출액을 훨씬 더 잘 예측했다. 그렇게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했고 대학원 합격이 된 후 퇴사를 했다.


대학원을 가기 위해 나의 20대의 대부분을 보냈던 샌프란시스코/버클리 베이 에리아를 떠나게 되었다.

두 번째 퇴사



두 번째 회사는 석사 공부 후 처음으로 얻은 직장이었고, 27살 나에게 억대 연봉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해 준 미국 대기업이었다. 서플라이체인 부서였기에 공장 자동화에 관한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일을 같이 시작한 동기들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로보틱스 엔지니어였다. 공장 자동화다 보니까 로봇들에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했다. 이 회사에서 배운 게 정말 많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팀이랑은 어떻게 미팅을 하는지, 애자일한 업무 방식,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가장 많이 했던 직장이었다. 내가 한 데이터 분석을 많은 사람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할 기회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Optimization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새로운 공장일 경우, 데이터가 아직 없다. 이런 경우 데이터가 없으니 머신러닝 모델을 돌릴 수는 없고,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학적 옵티마이제이션 모델들을 이용해 공장에서 필요한 비즈니스 문제에 대한 설루션을 제공했다.


이 일도 재미있었지만, 좀 더 내 흥미에 맞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공장 자동화보다는 직접 고객 데이터를 보는 일이라던지, 내가 평상시에 관심 있는 도메인으로 바꿔야 되겠다고 결심을 했다. 고민이 많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이 회사를 통해 미국 취업 영주권도 받고 있었고, 특허도 진행 중에 있었다. 이것들을 다 버리고 나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한 번 퇴사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떠나서 일이 재미없고 단점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원했던 고객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회사들과 인터뷰한 결과 미국 패션 기업 합격을 했고 그렇게 또 퇴사를 했다.

퇴사하면 farewell 미팅을 통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짓는데 다른 미팅이랑 시간이 겹쳐 못 오신 분이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줬었다.


2년동안 정말 다사다난하게 썼던 나의 맥북 프로 (한국행 비행기에서 회사 노트북에 물을 쏟았는 데 다행히 매니저의 허락을 받고 애플 스토어에 가서 고칠 수 있었다.)



세 번째 퇴사


세 번째 회사는 미국 패션 기업이고 재택근무였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미국인 남편의 고향에 정착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재택근무인 회사들 위주로 면접을 봤다. 이번 회사는 내가 필요로 했던 모든 걸 가지고 있었다. 1. 정말 많은 고객 데이터 + 회사의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있었다. 2. 같이 일하기 편한 동료들과 일을 했다.  3. 재택근무 및 워라밸이 좋았다. 1년에 23일의 유급휴가와 7일의 반차가 나왔다.  4.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나의 직무)가 일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다. 5. 급한 데드라인이 없어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적었다. 정말 이렇게 편한 직장이 있을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감사하며 회사를 다녔었다. 이 회사를 다닐 때 아마존에서 2억이 넘는 토털컴프를 제시했는데도 거절했을 정도로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었다.


근데 한 가지 빼먹은 게 있다. 나는 임팩트 드리븐 Impact Driven 한 사람이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한 일에 대한 결과 및 영향을 봐야 거기서 자극을 받고 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근데 그게 조금 부족했다. 임팩트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일이 편하다 보니 모든 일이 천천히 진행되는 느낌이었고 그렇다 보니 이렇다 할 큰 성과가 없었다. 아마 내가 나 자신을 푸시해서 더 많이 일했으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을 수도 있지만, 회사 분위기가 편하게 일하는 회사다 보니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안 나왔다. 만약에 내가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이게 정말 좋을 수 있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커리어를 키우는 것에 매진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부분이 아쉬웠다.

우리 부서가 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1년에 2번 정도 회사에 모여서 팀업 이벤트를 한다. 미국 시골에 위치하고 있어서 캠퍼스 내에서도 운전을 하고 다녀야 할 정도로 컸던 회사였다



네 번째 회사



앞의 모든 과정을 거쳐 지금 회사에 왔다. 지금 회사는 아직 얼마 안 다녀봤지만, 내가 지금까지 원했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1. 나의 관심사인 패션/운동/고객 데이터를 볼 수 있다. 2. 첫 2주 동안 동안 15명 정도 (디렉터 + 같은 레벨 + 비즈니스 팀)을 1:1로 만났는 데 다들 웰커밍 하고 회사에 대해 잘 설명해 주셨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봐서는 동료들이 서로 잘 도와주는 분위기이지만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 3. 재택근무고 워라밸은 아직 더 다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오후 5시 이후로 일을 더 할 일은 없는 걸로 보인다. 4.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일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5. 급한 데드라인은 없지만 그래도 좀 빨리빨리 하는 분위기인 걸로 봐서 내가 원하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6. 환율이 계속해서 높고 성과급을 최대치로 채운다면 내년엔 회사를 통한 근로소득 2억 도 찍어볼 수 있을 듯하다.  


지금 직장은 아직 2주밖에 안 다닌 관계로 조금 더 다닌 후에 다시 글을 써보기로 하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