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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라 Mar 19. 2021

프롤로그: 서른이라서 좋겠다

내 인생의 리즈시절, 서른

스물아홉이 되면 마법에 걸린듯 1년 내내 같은 소리를 반복해 듣게 된다.

좋은 세월 다 갔네. 서른이면 이제 꺾인거지. 주름관리도 시작해야지 이미 늦었지만. 얼른 취업해 30대는 회사에서 뽑아주지도 않아. 시집 장가도 가야지. 그래야 애도 빨리 낳지. 너 이제 젊은 나이 아냐 운동도 해야지.


어머나, 날 걱정해주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다니! 미처 모르고 살았다. 세상에 감사해야겠다. 혹여나 나의 장래가 어두워질까, 내가 서른이나 먹고 어디가서 무시당하고 살까봐 노심초사인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정말 감사해요. 머리로는 참 고맙긴 한데, 분명 본인들도 29살 때 이런 잔소리들 듣기 싫지 않았을까, 일종의 내리갈굼같은 건가 싶었다.







이렇게나 겁을 주니 얼마나 쫄았었는지 모른다. 도대체 서른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지? 내 세상이 멸망하나? 수많은 걱정 속에 불안한 스물아홉을 보냈다. 연말도 여느때와는 달랐다. 보기만 해도 설레는 서른살의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숙제들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웬걸, 내 서른은 너무나도 훌륭한데요? 과장 한스푼, 아니 두스푼 정도 보태서 이야기하자면, 서른부터 본격적인 인생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 당신의 서른은 그렇게 우울했나요? 내 서른은 이렇게 다이내믹하고 상큼발랄하기만 한데... 오히려 사람들의 말에 불안에 떨었던 나의 스물아홉이 더 불행했다.


서른이 되면 '안정적인' 가정, '안정적인' 직장, '안정적인' 생활을 해야한다고 한다. 아니, 스물여덟에서 스물아홉 가듯이, 스물아홉에서 서른도 고작 한 살 더 추가된건데 뭐가 그렇게 한 순간에 '완벽'해질 수가 있을까. 어떤 서른들은 안정을 찾아가며 만족감을 느끼고 오히려 불안정을 선택하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도대체 정답이 어디 있냐고.


서른의 모습은 누군가의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다. 저마다의 삶이 있듯, 저마다의 서른이 있다. 다만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어떻게 멋진 30대를 보낼 것인가 하는 것!






서른이 재미있는 건 내가 신세대 같기도 하고 꼰대 같기도 하다는 것이다.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라는 게 벌써부터 실감나는 건지. 어정쩡한 n년차 대리가 되어 윗사람들 보고는 꼰대라 하고, 후배들 보고는 요즘 애들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난 도대체 어느 쪽인가.


그래도 회사에서 주는 월급으로 나의 취미생활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게 되어 좋다. 20대 때는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에 발 들이는 게 재밌었다면, 나이가 들면서는 점점 취향이 확고해져서 적은 분야에 확실히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부모님의 간섭으로부터도 벗어나니 얼마나 자유로운가. 관계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20대 초반 대학생활을 하며 대다수와 아무렇게나 친했다면, 서른이 되고 나니 내 사람들만 주변에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도 있게 됐다.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재미나게' 변화하고 있는 30대다.





스무살이 되면 성년의 날이라고 꽃이나 향수를 선물해주면서 스물이 된 것을 진심으로 모두가 축하해준다. 서른도 뭐 하나 만들어야 하나보다. '서른식'이라도 해야하나. 누가 서른을 앞두고 있다고 하면 온 마음 다해 축하해줄 것이다. 어서와, 재미난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걸 축하해. 너만의 인생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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