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숙취

D-Day + 5

by Jinw

어제는 과음.
친한 친구를 만나 하소연을 풀다 보니, 말이 길어지고 감정이 넘친다.
쏟아진 마음을 술로 달래다가 결국 지친다.

마음은 흘러나오기만 하고, 담아 둘 그릇이 없다.


민폐도 꽤 끼친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전화를 여러 통 남겼다는 걸 아침에야 안다.
부끄럽다. 감정이 약할 땐 술을 멀리하자고 메모한다. 다음엔 꼭.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흐릿하다.

어제의 일을 물어보니 꽤 가관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괜찮다”던 내가 우습다. 아직은 어렵다.
이상하게 몸은 멀쩡하다. 숙취는 없다.
그럼 마음에도 숙취가 있나. 있다면 지금 이게 그 통증인가.

시덥잖은 생각을 해본다.


차라리 몸이 아팠다면 생각이 덜 났을까, 아니다 그러면 누운 채로 더 떠올렸겠지.
가정을 하다 접는다. 물 한 컵을 천천히 비운다.


점심에, 함께 가려던 카페로 간다.
또 생각한다. 왜 하필 회사 근처에서 데이트를 했을까. 넘어가자.
그녀가 먹고 싶다던 디저트가 오늘은 진열대에 꽉 차 있다.
평일이라 여유로운가. 커피는 뜨겁고, 자리는 비좁고, 마음은 잠깐 고요하다.


직원들과 연애 이야기가 돈다.
결국 말이 나온다. 아직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사람들은 기다려 보라고 한다. 희망 섞인 말 몇 개를 건넨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듯 고개를 끄덕인다. 언젠가 마주칠 수 있겠지, 하고.


나는 지금 무슨 감정일까.
생각이 피곤하다. 머리만 과로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너가 보고 싶다. 그 한 줄이면 충분하다.


약속 없는 주말이 걱정이다.
빈 시간이 커다란 그릇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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