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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주 Apr 07. 2021

북한 김정은과 같은 '지도자' 노선은 왜?

끝이 보인 마작에 실망해 눈길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개강 4주 차인 4월 6일 명지대 미래교육원 스포츠당구 지도자 과정 수업. 이날의 중점 사항인 기본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전진호 교수.

유명 인사들의 어록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감히 말할 수 있다. 당구는 과학, 즉 수학이고 물리학이라고. 과학적 사고의 뒷받침에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신체적 감각까지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격렬한 육체적 동작을 요구하지 않는 일종의 두뇌 스포츠라는 점에서 바둑에 비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둑의 경우 몸이 하는 일이란 머리가 구상한 돌의 위치를 손이 옮겨놓는 것뿐이다. 정지돼 있는 공을 두뇌의 계산대로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데 몸의 온갖 신경세포가 총동원돼야 하는 당구와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각 수강생의 기본 어드레스 자세 사진을 일일이 찍어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교정해주고 있는 전진호 교수.

수년 전 한동안 마작에 심취했던 적이 있다. 머리싸움이 다른 유사 게임보다 몇 차원은 위라는 프로 바둑기사 친구의 오래전 예찬론을 새겨두고 있던 터였다. 접할 기회가 없어 취미 리스트에서 일단 제쳐뒀을 뿐인데, 우연히 고교 동창 마작모임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인터넷의 플레이 기법 정보를 몽땅 수집해 탐독하면서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매일 실습을 했다. 중국서 발원된 마작을 일본이 자기네 방식으로 변형시켜 타국에 전파했고, 그 방식을 간소화한 게 한국식 마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원류’도 집중 탐구대상으로 삼았다.

나의 기본자세 교정 전(왼쪽)과 후(오른쪽). 교정 전에는 머리도 큐선에서 약간 비틀려 있고 오른쪽 다리도 너무 벌려 엉거주춤. 오른쪽 사진의 교정된 모습은 내가 봐도 예쁘다.

약 2년간은 그렇게 탐닉했는데, 어느 순간 끝이 보였다. 끝이 보이니 더 탐닉할 동력을 잃고 말았다. 초고수라 할지라도 초심자에게 판판이 질 수 있는 게 마작이다. 아무리 완벽한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일단 손에 쥔 패와 가져오는 패가 나쁘면 고수도 속수무책이다. 운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수의 무궁무진’과는 거리가 멀어 인생 제2라운드의 반려대상으로 삼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눈길을 이리저리 돌리다 문득 당구에서 멈췄고, 탐구하면 할수록 오묘한 그 깊은 맛에 이끌려 북한 김정은과 같은 반열의 ‘지도자’ 과정과 뜬금없는 인연을 맺게 됐다.

수업 종료 후의 전진호 교수 지도게임. PBA 심판활동에 주력하느라 감이 떨어져 35점만 놓은 전 교수와 23점을 놓고 3전 1승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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