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미래교육원 스포츠당구 지도자 과정 개강 6주 차. 정확한 자세는 당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의 기본.
오래전, 정확히 1990년대 초반까지는 당구장이 청소년 유해시설로 간주됐다. 담배를 꼬나문 동네 불량 형님들이 점거한 당구장에 고개를 기웃거린 것만으로도 중고생은 정학처분 대상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성인으로 대접받는 대학생이나 돼서야 마음 놓고 접할 수 있었지만 학부모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은 화투놀이와 비슷한, 돈과 시간만 뺏는 백해무익한 오락으로 치부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당구를 잘 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존경은커녕 경멸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학업은 내팽개치고 놀이에만 열중하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는 건 분명했다. “4구 300점을 치려면 소 한 마리 값은 날려야 한다”는 속설이 정설로 간주될 정도였으니까.
스포츠당구 지도자 과정 지도교수인 전진호 PBA 심판의 이론 강의. 이날은 밀어치기와 끌어치기의 원리가 중점 내용.
‘18세 미만 당구장 출입금지 위헌, 헌재의 납득 못할 결정 파문’. 1993년 5월 유력 일간지가 보도한 기사 제목에는 당구에 부정적인 당시의 사회적 시각이 잘 반영돼 있다. ‘청소년의 당구장 출입을 금지한 체육시설법 시행규칙 규정은 헌법상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에 위배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 내용. 당구장이 청소년 유해시설이라는 통념을 깨고 당구를 미성년자도 접근 가능한 스포츠로 승격시키는 데 결정적 전환점이 된 판단이었다. 하지만 교육계를 포함한 사회 각계의 우려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던 만큼 권위 있는 신문조차도 ‘납득 못할 결정 파문’이라는 제목을 뽑았던 것이다. 헌재 결정의 타당성을 놓고 오랫동안 갑론을박이 지속된 건 물론이다.
PBA 심판 전진호 지도교수의 밀어치기 시범. 정확한 각 계산에 따른, 좌우 회전 없는 타구가 기본임을 거듭 강조.
돌이켜 보면, 엄청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헌재 결정 이후 점진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당구는 어느새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12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으로 당구장 내 흡연이 금지된 것도 ‘건전성’ 제고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구는 이제 국가가 자격증을 부여하는 생활스포츠 지도사의 57개 정규 종목에 당당히 올라 있다. 국내에 당구 특기생을 뽑는 고등학교가 있고, 대학에 당구학과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프로당구가 활성화하면서 당구를 직업으로 택해 스타 플레이어가 되기를 꿈꾸는 청소년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선 한국산 당구 관련 기구가 명품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당구 브라보!
자세와 타구 실습 전 교육생들의 몸풀기는 필수 절차. 스트레칭 전후의 몸 상태가 분명히 다름을 해본 사람은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