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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 Dec 01. 2021

당신에게 수선화를 드려요

시린 겨울 단단히 피어난 수선화처럼 해사한 분께 드리는 선물

수줍은 마음에서 나온 귀여운 웃음을 주시는 당신을 진심으로 존중합니다.

당신이 해주신 생각지도 못한 선물 같은 이야기 덕분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예쁜 똥이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마음을 당신을 닮은 수선화에 담아드려요.




나와 달라서 닮기 싫은 사람이 있고, 나와 달라서 닮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에게 당신은 두 번째 사람입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당신의 환하고, 단단하고, 물기 있는 면이 참 부럽거든요.



수선화는 무채색의 추운 겨울에 환히 피어납니다. 레몬을 닮은 밝은 노란색의 꽃잎을 내지요. 꽃의 다채로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계절의 꽃이 피기 힘든 날씨인데도 영차영차 피어난 꽃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요. 노란 꽃 하나가 하얀 겨울을 물들이는 겁니다.

당신은 주변을 환히 하는 웃음을 몰고 다닙니다. 수줍지만 뾰족한 통찰력과 순발력이 차분한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무언가를 상처 내거나 짓밟지 않는 웃음이라서 특히 더 좋습니다. 가끔 마음에 찬바람이 불면 당신이 피워낸 웃음을 다시 불러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제 마음속 겨울을 화사하게 물들이는 수선화가 피어납니다. 그래서 세심한 당신을 닮은 수선화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노란색이어야 합니다. 하얀색 수선화도 있지만요.



웃음을 지녔다고 해서 당신이 마냥 밝고 유쾌하기만 한 사람은 아닙니다. 봐야 할 방향을 제대로 보고 혼자 온전히 집중하는 당신을 보면 주변의 공기가 단단하게 느껴지거든요. 한 곳을 바라보는 당신처럼 한 송이 꽃도 보고 있는 곳이 또렷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꽃을 그리기 위해서는 꽃이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잘 관찰해야 합니다. 가장 기둥이 되는 봉우리를 그렸다면 그 봉우리가 보는 곳에 맞추어 꽃잎을 정성스럽게 한 잎 한 잎 피워줍니다.

채색하기 전, 여려 겹 겹친 연필로 밑그림을 끝낼 수도 있었지만 진하고 또렷한 펜으로 테두리를 만들었습니다. 몰입한 당신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만드는 당신의 선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당신에게는 함부로 넘어갈 수 없는 견고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수선화에게도 진한 선을 주었습니다.



단단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사람답게 당신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랑하고 촉촉한 당신을 닮은 수선화는 물기가 가득한 수채화로 채워 넣었습니다.

수채화는 물이 많아서 가만두면 마음대로 흘러내리고 퍼지기도 합니다. 따뜻한 당신의 웃음이 이리저리 가서 다른 마음들을 물들이는 것처럼요. 하지만 수채화는 연한 색부터 차곡차곡 색을 쌓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단단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과 정말  닮은 재료입니다.

마음이 따사롭고 자신이 또렷한 사람들은 내 감정에도 당당해 보입니다. 가끔 당신이 눈물을 보이면 얼른 그치라고 서툴게 놀려대지만 사실 저는 눈물에 박하지 않은 당신의 솔직함이 참 부럽습니다. 이파리는 그런 당신을 닮고 싶은 제 마음을 담아 제가 좋아하는 차분한 톤의 녹색으로 칠했습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 사랑’입니다. 좋은 사랑을 나누려면 내 안의 사랑부터 견고해야 하더군요. 저는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분명 당신이 주고 싶은 사랑을 마음껏 나누실 겁니다. 제가 응원합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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