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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도둑질 고백에 눈물로 용서한 아버지

-세계의 위인, 그러나 자주 부모를 속였던 마하트마 간디

by 물처럼

*마하트마 간디(1869~1948)= 인도의 정치인, 변호사.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 지휘. 평생 비폭력 불복종 운동 전개.



인도의 영웅 마하트마 간디는 평생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전개할 때 내세운 비폭력 불복종 노선도 진리와 진실을 바탕에 깔고 있다. ‘사티아그라하(진리의 확고한 힘) 운동’이 그것이다. 그의 진리 사랑이 얼마나 큰지는 자서전을 내면서 부제로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라고 붙인 데서도 알 수 있다.


전 세계인이 존경하는 간디도 어린 시절 거짓 행동과 도둑질을 일삼았으며, 그것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적이 있다. 자서전(‘간디 자서전’ 함석헌 옮김, 2008, 한길사)에 그런 내용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는 인도 서부 해안도시 포르반다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작은 토후국의 총리를 지냈으나 그다지 지식을 갖추지는 못했다. 대신 성실하고 청렴하고 진실된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힌두교의 종교적 신념이 투철해 채식과 단식, 금욕을 중시했다. 부모 영향을 받았기에 간디는 비교적 착하고 성실하게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수줍음이 많고 남과 어울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른 아이들을 특별히 속인 기억은 없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부모 몰래 담배를 피우고, 육식을 하고, 도둑질을 한 적이 있다. 그의 부모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육식을 엄격히 금했다. 하지만 간디는 친구 형의 꼬임에 빠져 부모 몰래 1년가량 염소고기 등 육식을 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스스로 중단했지만, 도둑질은 본인이 생각해도 작은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15세 때의 일이다. 육식을 함께 했던 친구 형의 팔찌에서 금 한 조각을 훔쳐냈다. 그 형에게 25루피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훔친 금으로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직하게 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자백을 결심하고 아버지 앞으로 작은 종이에 참회의 글을 썼다.


“글 속에서 나는 내 잘못을 고백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대하여 적당한 벌을 달라고 했고, 내 죄 때문에 아버지 자신을 벌하지는 말아 달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나는 또 앞으로 절대로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간디는 치질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이던 아버지에게 종이를 건네고는 침대 곁에서 벌벌 떨며 벌을 기다렸다. 화가 나서 크게 나무라며 머리를 내리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놀랍게도 평화스러웠다고 한다. 아무런 화도 내지 않고 단 한마디 꾸지람도 하지 않았다.


아들의 고백과 다짐에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버지는 글을 다 읽고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 다음 종이를 찢어버렸다. 이 장면에서 아들의 감동이 무척 컸던 것 같다.


“그 사랑의 구슬 방울들이 내 양심을 정화시켰고, 내 죄를 씻어버렸다. 그러한 사랑을 경험한 사람만이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의 죄 고백과 아버지의 눈물 용서. 그것은 부자간의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해야겠다. 간디는 자기 잘못을 정확히 고백하고, 진실로 뉘우쳤으며, 아버지는 그것을 진심으로 믿어주었다. 아버지는 그 사건 이듬해 사망했지만 아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남겼다고 해야겠다.


이후 간디는 영국으로 유학을 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남아프리카에서 인종차별 반대 투쟁을 벌인 뒤 인도에 귀국해서는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리,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살았다. 진리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진리는 신보다도 위대하다. 왜냐하면 신도 진리 속에서만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티아그라하의 힘은 무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도덕적 용기에서 나온다.” 진리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실망스러운 경우를 가끔, 또는 자주 경험한다. 공부나 운동계획을 세워놓고 별 이유 없이 실천하지 않는 경우, 학교 성적이 엉망인 경우, 거짓말이나 욕설을 일삼는 경우, 다른 아이에게 상해를 입히는 경우, 너무 일찍 이성교제를 하는 경우,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우, 힘들다는 이유로 학교나 직장을 함부로 그만두는 경우….


이럴 때 부모는 막무가내 꾸중하기 쉽다.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와 배경을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목청부터 높이는 경우가 많다. 진실에 대한 탐구도 없이 아이에게 윽박을 지르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신뢰가 없으면 부모자녀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모자녀 간의 신뢰는 서로 이해하고 믿고 지지하는 깊은 유대감이다.


신뢰는 상대방에게 배신당할 위험을 각오하고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먼저 진실을 파악하고 믿음으로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자녀 사이엔 크든 작든 사랑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신뢰와 사랑은 동전의 양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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