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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magazine Apr 19. 2021

낭만 없는 세대_강동룡

_4월호 <university, agora>

대학생은 사회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의 솔직한 대답.

'우리 꼴을 보시라구요!'




 대학생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이제는 12년 교육을 모두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와중에 사비로 대학을 와서 학생이란 신분을 자처하는 수많은 밀레니엄 세대들은 이 사회에서 법적으로 성인이라는 딱지를 새로 붙이고 살아간다.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중압감에 초반에는 비틀거리겠지만 수강신청이니 뭐니, 알바, 과외 등등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들이 늘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거나 처음 누리는 자유로움에 늘어져서 고등학생 때 고생한 자신에게 포상을 주거나 이렇게 나누어지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20학번들은 흔히들 사이버 대학생들이 되어버렸고 이는 굉장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른바 캠퍼스에 대한 로망이 가득할 나이에 미개봉 헌 내기라는 웃픈 별명이 생겨버렸다. 섣불리 밖에서 놀 수도 없는 와중에 과제들은 밀려들어온다. 필자도 20학번의 미개봉 헌 내기로서 작년 초반에는 울고 싶을 정도로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반쯤 체념한 동기들은 토익이나 운전면허 등 실용적인 무언가를 쌓기 위한 행동들을 시작하거나 필자처럼 늘어져 버린 동기들이 눈에 띄었다. 선배도 못 만나니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안타까운 20살은 사회에 내던져서 처음부터 빌드 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높여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생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역으로 묻고 싶다. 애초에 우리에게 선택권은 있느냐고.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고도 경쟁 사회다. 신자유주의에 먹혀서 자본주의가 생활 곳곳에 만연하고 돈 놓고 돈 먹는 사태들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라는 초인플레이션 현상 뺨치는 사회에서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부모님 세대처럼 청 재킷 입고 통기타 치면서 낭만을 꿈꾸기에는 이미 글렀다 이 말이다. 삼포세대는 이제 진부하다. 막말로 사법고시마저 로스쿨로 바뀌면서 개천에서 용 나기도 글렀다. 서울대생도 공무원 시험 쳐서 살아가는 지금의 사회에서 경험도, 경력도 없는 대학생들은 저절로 눈길을 공무원 시험으로 돌린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해온 것 중에 그나마 익숙한 것이 공부하는 것이니 다들 학생이 주는 안정감에 중독이 되어서 공무원 준비생이 되는 것이다. 요새 베스트셀러들에 올라와 있는 책들의 상태들을 보면 모두의 정신 상태가 위태롭기만 하다. ‘아파서 청춘이다’ 이 딴 말도 안 되는 위안이 적혀 있는 책들을 읽어서라도 꾸역꾸역 자기네 인생들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팍팍한 인생살이에 지쳐 있는 것이 빤히 보인다. 20대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겪는 20대가 요즘 세대들 눈에는 과연 아름다울까. 차라리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는 시기라고 퉁 쳐도 막상 자신이 뭘 잘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런 답 없는 시기는 훅 가버린다. 정신 차려보면 졸업하고 어느새 반 오십인 사람들이다. 주변 사람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들에 초조 해져서 붙여주는 곳에 덜컥 입사를 하고 그렇게 삶의 의욕을 잃는 인생 꼬인 이들이 한두 명이냐 이 말이다.

 대학생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자기 앞가림 먼저 해야 제 본분을 다 할 수가 있다는 사실에 공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지만 막상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자각 못 하는 사람들에게 역할을 주었다 가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사태가 발생한다. 역할을 맡기보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교육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대학생들끼리 모여서 만들고 나라에서 보조금 지원해 주면 금상첨화다. 주도적인 인간. 요즘 필요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아닌가. 사람은 주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그나마 후회를 덜 한다. 누굴 탓해도 자신을 탓하지 남을 탓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 대학생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역할이든 간에 본인의 현실을 자각하고 자신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에게 역할을 맡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역할은 단지 하나의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건들이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나무에서 뿌리내리는 형식으로 사람들의 경험치가 올라가면서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다.




6월호 <역사 고증 반영의 문제와 역사의식> 투고글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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