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떠났고,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사랑했던 사람과도 이별했다. 한때는 특별했던 관계였지만, 이제는 아픈 시간 속에서 그것을 지나고 있다. 그런 나날 속에서 다시금 독서와 글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매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치열하지도 않고, 분노에 휩싸이지도 않으며, 감정적으로는 무척 조용한 상태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 곁에 남은 친구는 많지 않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미루고, 그렇게 거리감이 생겼다. 남아 있는 몇몇의 친구가 있지만, 언제든 불러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은 너무 멀리 있다. 문득,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이별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이다. 그러나 그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다시는 연애나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나 자신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그것이 지금 나의 고민이다.
나는 인간이 우울과 외로움과도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시기도 내가 겪어온 수많은 시기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설령 내가 안정적인 사랑과 애정을 꿈꾼다 하더라도, 결혼이라는 형태로 묶인다 하더라도 모든 관계에는 이별이 따른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도 '애도의 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아프고 힘든 이유는, 아마도 내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겠지. 예전에는 상대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허우적거렸지만, 이번에는 그 시기를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진심을 다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서 행복했다. 물론 내 사랑이 온전히 상대에게 닿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최선을 다하면 미련이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왜일까 곱씹어 보니, 나는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가 얻은 것은,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 이별이라는 시련이었다. 아마 나는 그 차이에서 좌절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우리의 다름에도 함께할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상대는 우리의 다름에서 헤어질 이유를 찾았다. 나의 노력과 최선은 결국 상대에게 닿지 않았다. 나는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 상대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지." 그렇게 수없이 되뇌었지만, 정작 그것이 관계를 지키는 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결국 손을 놓은 건 상대였고,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건 나였다. 사람의 마음은 내 마음과 같을 수 없기에, 우리의 끝은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나는 같은 사람을 만나 같은 사랑을 했을 것이다. 더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노력했을 것이다. 비록 우리의 미숙함이 이별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더라도, 그 짧은 순간 동안 나는 너와의 미래를 그렸다.
"덜 사랑하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나는 답을 모른다. 좋아하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고, 감정을 다 쏟아붓게 된다. 언젠가, 바라건대, 인연이라면.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본연의 모습을 좋아해 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길.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항상 관계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미숙한 내가 혹은 어리석은 내가 헤어짐의 이유가 된다면, 더 이상 애쓸 자신이 없다.
남녀 사이의 이별에는 일방적인 잘못이 없다. 나만의 잘못도, 상대방만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맞지 않았고, 마음이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한동안은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별의 상처가 아물고, 나의 일상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때까지. 그때까지 나는 나 자신을 돌보고, 보듬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최근에는 수영을 등록했다.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더 두려워지는 건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그래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벌써부터 긴장이 되지만, 또 그렇게 나는 나의 삶을 만들어가고, 살아가고, 언젠가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상처받지 않은 사람처럼.
마지막으로, 나는 ‘최선을 다하면 미련이 없다’는 말을 이렇게 고치려 한다.
‘최선을 다해도 미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