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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수집가 May 21. 2024

산촌유학 이야기

자연이 놀이터가 된다.

오늘은 소호마을학교 '느티'에서 절기살이로 자연염색을 했다. 

올해 염색 색깔은 무슨 색일까?

작년엔 소목염색을 했었는데 

붉은 색이어서 예뻤지만 

언뜻 보면 핏빛같아서 널어놓으니 조금 무서웠다. 


올해는 초록색이다. 

초록으로 염색 된 옷을 상상하니 

숲이 생각 났고, 오이가 떠올랐고 

상추같은 채소들이 떠올랐다.  

더불어 싱싱해 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슘 이모의 설명을 듣고 

늘 염색 때마다 모이는 

계곡과 개울이 인접한 슈퍼뒤 공간에 모였다. 


오늘 염색의 초록은 멀버리와 드럼스틱나무가

내어주는 색이다. 

우리는 각자 준비해온 흰색 면티와 천을 담궈서 

초록색을 천천히, 조금씩 입혔다. 

어떤 아이는 홀치기 무늬를 만들려고 

미리 고무줄로 옷감을 묶어 

오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염색 직전에 묶기도 했다.  

고무줄로 묶는 방법은 제각각이었고, 

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해마다 자연 염색을 해 온 터라 고무줄 묶기는 

아주 능숙했다. 

 

옷을 염색제에 담궈서 주물주물 주무렀다. 

흰색의 옷이 점점 초록으로 변해 갔다. 

한참 주무르다 얼마나 물들었을까 하고

궁금하면 옆의 개울로 가서 헹궜다.

"아까보다 더 진해졌다!!"

하면서 또 한 번 염색물에 넣고 주무른다. 

옷만 아니라 주무르는 손까지 초록으로 변했다.  

슈렉이나 스머프처럼 초록 손이 되어가는 걸 

아이들은 재밌어 했고, 신기해 했다. 


이 정도 색이면 되겠다. 이제 그만해야지 !

아 , 힘들다 이제 그만해야지!

계곡에 가서 놀고 싶어. 그만해야지!

아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염색을 멈추고 

묶어둔 고무줄을 풀었다. 

고무줄이 묶였던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

사이의 차이가 놀라운 무늬를 만들어냈다.   

고무줄을 풀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무늬의 향연이 펼쳐진다.  

고무줄까지 푼 옷과 천을 

계곡 쪽 펜스에 줄줄이 널었다.

염색한 옷을 널어 놓으니  

초록이 무성한 숲에 온 느낌이었다.

 

넋을 읽고 집중해서 보다보면 

여러가지 무늬와 차이나는 색깔은 

마치 무성한 숲에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하늘거리며 반짝이고 

나무가 흔들리며 춤을 추는 것 처럼 

추고 노래하며 잔치를 벌이는 것 같았다. 


간식은 슘 이모가 희 이모네서 사서 

삶은 청계란과 송 이모가 담근 매실청으로 

탄 매실차를 먹고 마셨다. 

언제나 절기살이 마무리에는 

간식과 아이들의 자유놀이가 있어서 

더 즐겁고 행복하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모여서 하는 활동을 좋아하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익숙하다. 

몇년째 이러고 놀고 있기 때문이다. 

모이면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기고 맛있는 게 있어서 일까?


나는 어른도 재밌고 아이도 재밌는 놀이를 작당하며

살고 싶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동네 이모, 아저씨들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살지 않을까?



#소호마을 #느티  #절기살이 #자연염색 

#산촌유학 #소호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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