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코모리: COVID-19와 히키코모리를 합친 합성어로,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후천적 집순이의 길
온라인 수업은 나름의 효율이 있었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이 식기엔 더욱 안성맞춤이었다. 외출이 전혀 없는 나로선 무한대로 주어진 시간 동안 지루함을 잊게 해 줄 무언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재밌는 걸 찾아야지. 하지만 그래 봐야 특별한 게 뭐 있겠어. 일단 핸드폰을 열어보는 거지.
우리나라에 클럽 하우스가 들어와 한참 유저들이 많이 도입되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 그리고 재미있는 대화가 너무 절실했던 나는 계정을 만들고 이 방 저 방 둘러보며 다른 이들의 수다를 듣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그중 의외로 자주 찾게 되었던 것은 '스터디 모임'이었는데, 각자 소리를 켜 둔 채 저마다의 업무나 공부를 하는, 일종의 ASMR을 공유하는 방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거실 테이블의 가장 오른쪽 자리에 항상 상주해 있던 나는, 방석을 들고 집안 곳곳을 살피다 옷방 서랍장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어떻게든 변화를 주고 싶었어). 옷방에서 풍기는 특유의 건조하고 뽀송한 냄새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랜선 너머 존재하는 동지들과 공부를 하는 시간. 어딘가 좀 스스로 짠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한동안은 나름의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로 온종일 마음을 달랠 수는 없었다. 남편에게 재미있는 게임을 추천해 달라고 해 봤지만, 내 남자가 즐기는 게임은 알아야 할 것도, 캐릭터의 종류도, 써야 할 기술과 아이템도 너무나 많아 게임 바보인 내가 접근하기엔 부담스러웠다. "기다려봐 내가 찾아볼게." 남편은 호기롭게 이것저것 뒤져보더니 시간이 좀 지나 매우 귀여운 무언가가 득실득실한 게임을 내게 선보였다. 세상 평화로운 BGM과 함께 콩알만 한 펭귄들이 돌아다니는 게임. 삭막했던 마음에 귀여움의 단비가 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한 가지에 꽂히면 일정 수준의 만족에 도달할 때까지 집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 당시엔 그게 펭귄이었다. '아 귀여워'로 시작되었던 게임은 어느새 펭귄의 노동력을 있는 힘껏 착취하여 모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한 것으로 변모되고 있었다. 평화로운 BGM은 덤으로, 나는 지나치게 한가로워 둘 곳 없는 마음을 펭귄의 머릿수를 늘리는 것에 쏟고 있었다.
나는 과제를 하는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밥을 먹다가도 펭귄을 곁에 두었다. 이쯤 되니 '나 중독인가'싶었다. 하지만 물소리를 참방 거리며 여기저기서 먹이를 물어다 나르는, 하트와 금화를 모아 오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 좀 힐링이 되는 것도 같ㅇ(중독 맞다), 여하튼 꽤 오랜 시간 내 곁엔 펭귄이 있었다. 남편은 뒤에서 짠하고 애잔한 뉘앙스를 풍기며 묵묵히 내 펭귄들의 성과를 구경했다. "많이 힘들지. 얼른 다 마치고 서울 가자." 이곳에서 머무르는 500일 동안, 남편이 내게 제일 많이 건넨 말이었다.
요즘은 펭귄을 꺼내보는 횟수가 상당히 줄었다. 진작에 깰 수 있는 퀘스트를 거의 마친 상태여서 열심을 내도 얻을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당당). 펭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뒤, 한동안은 스도쿠 퍼즐에 꽂히고 또 한동안은 못 봤던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데에 꽂혀 있기도 했다. 하고 또 해도, 보고 또 봐도, 스크린에서 눈을 돌리면 현실은 또다시 낯선 마을 속 우리 집 거실 테이블 가장 오른쪽 자리 내 지정석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