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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라 장 Jan 25. 2022

코비드 코모리 #12

불면의 밤 in 시카고


  모두가 잠든 밤, 난 계속 잠들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시차 탓을 할 수 있으니 그 핑계를 좀 대야겠다.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우는 것에 대한 기억이 영 좋지 않기에, 시차로 인한 불면이라 할지라도 괜한 불편과 찝찝함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오곤 한다. 새벽 4시. 조용한 시간. 가만히 있으니 같은 층에 사는 누군가가 목이 아플 만큼 깊은 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오미크론인가.)


  미국의 확진자 수치가 무시하기 힘들 만큼 높게 치솟아 있다. 여기선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그만큼 자주 보인다. 근래엔 마스크 없이 세찬 기침을 하는 채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 입주자를 마주치기도 했다. 바로 그 칸에 올라타야 할 때에는 하는 수 없이 숨을 잠깐 참은 채로 탑승을 하곤 한다. 소용이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최근에는 대면 수업 강행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도 일어났다고 하고,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한 여러 목소리가 높아져 있는 상황인 것 같다. 다들 재택근무로 전환을 했는지 도시는 이전보다 한산하고, 상점 곳곳에는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사인들이 붙어있다. ‘난 이미 백신도 다 맞았는데 뭘, 걸려도 잠깐 아프고 말겠지.’ 싶다가도, ‘우리 학교는 다시 온라인 전환 안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난 굳이 대면 수업하겠다고 일부러 미국까지 와 있는 걸.’ 아무래도 이런 끝도 없는 생각은 잠들지 못한 밤이 가져다주는 쥐약 같은 부작용임에 틀림이 없다. 해 봤자 소용없는 고민이 이 새벽엔 왜 이리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건지. 할 일이나 술술 풀리고 이어지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남편이 나에 대해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한 가지는 바로 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안 자고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굳이 잠들려 하지 않을 텐데. 신랑에게는 매일 달고도 달다는 그 잠이 내겐 왜 이리도 쓴 지. 밤만 다가오면 잠과의 씨름을 해야 할 생각에 답답함과 짜증이 스윽 밀려오곤 한다. 나도 잘 자고 싶은데. 정말로.


  기나 긴 격리 이전에는 주로 밖으로 활개를 치고 다니던가, 틈이 나는 대로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만남에 대한 즐거움을 쫓아다니는데 힘을 쏟고는 했다. 그런 외적인 충족들과 시끄러운 일상에 기대어 나는 나 스스로를 ‘그저 밝은 사람’처럼 여겼던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긴 터널을 지나고 나와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난 생각보다 많이 예민하고 불안도 많은, 밝지만은 않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남몰래 속에 쌓아 둔 예민과, 씻어내지 못한 불안과 상실들이 불면의 밤을 더 길어지게 만든다. 예민한 귀와 예민한 마음은 오던 잠을 자꾸만 쫓아내고, 난 둘 곳 없는 마음을 이곳에 적어두며 잠이 혹시 오려나 가망 없는 기대를 걸어보곤 한다.


 잠이 잘 온다면 매일 밤이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 미처 챙겨 오지 못한 수면제가 아쉬워지는 게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일은 멜라토닌을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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