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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닻 Apr 05. 2024

02. 계절범벅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별들이 또렷해지고

팔뚝에 소름이 오른다


눈이 되지도 못할 비가

와장창 온다 했으니

우비와 장화부터 사들였다


한국은 벚꽃이 피었더랬다


겨울이래

겨울이야

겨울인가?

안부를 묻다가

골똘해졌다


시장 바닥처럼

캠퍼스가 봄으로 들끓고

얌전하던 벚꽃나무가

잔뜩 부어오르는데


겨울인가?


낮에 바싹 말려 놓은

두터운 솜이불을 걷어왔다

봄이래

봄인가?


이제 노을은 저녁 6시면 진다


옷장에 죄다 걸려 있는 여름옷들

무거운 이불을 침대 위에 펴 바르다

먼지를 칼칼히 들이마셨다


부럽다

부럽다고 했었나?


고향을 잃은 계절들이 

온통 뒤섞여

마음 가득 뭉그러지.


무심코 토해낸 기침 소리에

걸쭉한 밤이 한 주먹


마침내 방은 밤으로 범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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