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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닻 May 06. 2024

06. 찰나, 오늘은 새벽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어제는 네가 나더러

두려우냐고 묻는 꿈을 꾸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내가 끄덕이지 않아서

그다지 악몽은 아니었다


새벽녘은 얕고 추웠다

달아나기 위해 틀어놓은 빗소리가

아직도 재생되고 있었다


아침이면 진짜 비가 내리고 있겠지


지난밤 김 서린 창문에 적어놓은

글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명하게 숨겨져 있다가

입김을 불면 다시 발각될 터였다


완전히 씻겨 지워지기 전에는

영영 도망가지 못할 팔자들


써놓은 낱말이 영원이었던가,

구원이었던가


내일 아침 살아남은 것들이

기억을 결정 지어줄 것이다


그리고 끝내 대답하지 않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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