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어른(2)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너무 해맑은 얼굴은
상상 속에서도 쉽게 베인다
몹시도 이질적이었다
웃는 낯 위로
사납게 죽죽 그어진 상처들
저녁이면 거울 앞에 돌아와
웃는 채로 녹슬어 버린 입을 벌려
꺼멓게 죽어 있는 소신들을
일일이 잡아 빼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이유는
입속의 과묵한 단내를
이제 더는 씻어낼 수 없기 때문이야
서로를 불쾌하게 하지 않고
대화하는 방법도 못 배운 채
우린 뭐 하러 이렇게 훌쩍 자랐지
세면대에 검은 물이 고였다가
삽시간에 사라진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고요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