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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닻 May 28. 2024

08. 어른(2)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너무 해맑은 얼굴은

상상 속에서도 쉽게 베인다


몹시도 이질적이었다

웃는 낯 위로

사납게 죽죽 그어진 상처들


저녁이면 거울 앞에 돌아와

웃는 채로 녹슬어 버린 입을 벌려

꺼멓게 죽어 있는 소신들을

일일이 잡아 빼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이유는

입속의 과묵한 단내를

이제 더는 씻어낼 수 없기 때문이야


서로를 불쾌하게 하지 않고

대화하는 방법도 못 배운 채

우린 뭐 하러 이렇게 훌쩍 자랐지


세면대에 검은 물이 고였다가

삽시간에 사라진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고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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