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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pr 12. 2024

하루 한 권 독서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다니하라 마코토

침묵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화술법에 대한 수많은 책들과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책이라 신선하다. 70%는 침묵하고 30%로 말하는 변호사인 저자는 침묵의 장점을 정확히 알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 ‘대화에서 침묵은 두려워하거나 피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그저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낯선 사람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침묵의 시간을 보내는 건 쉽다. 휴대폰에 눈을 두거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익히 잘 아는 사람과 말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는 마음이 불편해진다. 뭔가를 말해야 할 것 같고, 마땅한 소재도 떠오르지 않을 때는 난감 기류가 형성된다. 내가 침묵에 약하다는 것을 읽으면서 느꼈다. 가끔 그 텅 빈 공간에 말로 쏟아내는 정성(?)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음 편하게 그 의무감을 내려 둬도 된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 준다.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감정으로 이해하고, 언어로 표현이 불가한 것도 있다. 이 두 가지의 연결을 보여 주는 게 예술이라는 저자는 침묵이 대와의 장이 되고 상대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도구임을 알려 준다. 대화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질문과 침묵을 통해 만들어 내는 예술작품 같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아 전시를 할 수 없지만, 예술 작품을 대하듯 대화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답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질문과 침묵은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의 연결 고리가 되는 것 같다. 


 책은 파워 사일런스, 파워 액션, 파워 질문 그리고 파워 토크를 이야기한다. 말하는 쪽이 듣는 쪽에 미치는 영향으로 언어 정보가 7%, 청각 정보가 38% 그리고 시각 정보가 55%라고 하니, 말을 잘하는 화술법에 정성을 쏟는 것보다는 후자들의 영역을 갈고닦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평범한 만담은 1분 동안 10회 정도의 침묵이, 탁월한 만담은 같은 시간 동안 20회 정도의 침묵이 따른다고 한다. 즉, 만담의 포인트가 말의 간격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만담가는 아니지만 나누는 대화 속에 어떻게 그 쉼이 되는 침묵을 잘 넣는지를 안다면 성공적인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 것 같다. 회의든 사교모임이든 대화 속에 언제 어디서 ‘침묵’을 꽂아 둘지 생각해 본다. 케네기의 경우 하고자 하는 중요한 말 전후로 의도적 치묵을 넣어 듣는 사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침묵의 달인들로 마터 루터킨, 오바마 그리고 스티브 잡스에 대한 예를 보여 준다.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 테이션 영상을 봤었는데,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그의 침묵이 이제야 ‘아하, 그거였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침묵의 달인들은 짧고 단순한 핵심말을 반복하되 그 사이에 침묵을 넣어 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킬 뿐만 아니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이라는 명언이 오랫동안 화자들의 뇌 속에 남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여기 있습니다’라는 소제목은 독자의 긴장감을 준다. 좀 더 집중해서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가짐을 준다. 이처럼 중요한 말을 하기 전에 ‘중요한 이야기’라는 몸풀기 멘트는 상대의 집중을 쉽게 얻어내는 효과가 있다. 


 펜터마임이 세계 공용어라 말했던 찰리 채플린은 오직 침묵과 행동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미스터빈 또한 어눌한 몸의 움직임과 표정 그리고 침묵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중요한 발언 전에 침묵하는 힘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이를 잘 활용한 리더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갚다. 

 대화의 기술로 상대의 말 속도를 따라 하기, 이야기의 호흡을 맞추기, 상대방이 흥미로워하는 말에 관심 보이기도 있지만, 침묵하면 상대는 스스로 무너진다고 한다. ‘상대가 침묵하면 우리는 자발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내뱉기 쉽다.’


침묵은 상대방에게만 행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저기서 모두 자신의 이야기가 옳다고 떠드는 세상에서 침묵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더 돋보일 수 있는 시대일 수 있다. 


 침묵을 통해 상대의 기분을 이해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때 우리의 호의 잔고와 신뢰잔고는 두둑해질 것 같다.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면, 말을 많이 해서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상대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침묵하고 나서 중요이야기를 해보라고 권유한다. 

언어정보와 비언어 정보가 모순이 있을 때 후자의 영향력이 크다. 말로는 잘한다고 말하면서 표정으로는 비꼬는 인상을 준다면, 당연 후자로 그 감정이 해석되는 것이다. 


 질문하는 법 또한 많은 도움이 된다. 질문의 4가지 힘으로 사고유발, 사고 방향 유도, 상대가 말하게 되고, 발언 내용으로 행동을 속박하게 된다. 시험을 못 친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다음 시험에는 더 나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상대의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질문은 정보를 이끌어 내고, 호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사람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며, 사람을 키워내는 힘이 있다고 한다. 가르치기보다는 생각하게 하는 게 핵심 같다. 또한 논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도울뿐만 아니라 자신을 컨트롤할 힘도 갖게 해준다고 한다. 만약 원하는 정보에 관하여 질문할 때는 상대가 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던져 보라고 한다. 적절한 상대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질문을 잘할 수 있을 때 대화의 질은 생산적이 될 것 같다. 질문을 던지고 침묵해 주는 여유를 부릴 수 있을 때 대화는 자연스럽게 예술의 경지에 들어서는 건 아닐까. 


 말하기 전에 상대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좋은 침묵이 필요하다. 말을 잘하고 싶다가 아니라 좋은 질문하는 법과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침묵은 말하기의 또 다른 도구 같다. 대화의 기본이 질문하고 침묵하기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똑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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