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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pr 29. 2024

하루 한 권 독서

[쉼]- 오쇼라즈니쉬

온전하게 쉴 수 없는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싶어 빌린 책이다. 짧고 강력한 제목의 ‘쉼’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지혜를 담아내고 있을 것 같았다. 짧은 제목과는 대조적으로 책의 두께는 삶의 무게만큼 두껍다. 

저자 오쇼라즈니쉬는 인도의 운명을 바꾼 10인 중 한 명으로 인정될 만큼 그 존재가 큰 사람이다. 그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그의 강의를 녹음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그의 사상을 직접 글로 쓴 것이 아니라 그가 한 말을 제자 플라톤이 책으로 썼듯이, 위대한 인물들이 쏟아냈던 말은 사라질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면의 평화에 이르는 소중한 통로를 가지고 있는가. 가는 것을 멈추고 자유로운 삶을 살라고 하는 오쇼의 말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무대에서 내려오라. 삶을 공연장으로 만들지 말라!’ 삶을 무대라고 생각했었다. 그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무대란 타인을 위한 공연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그 무대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나로 살아가는데 집중하란 뜻일까. 내면의 구도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아침마다 요가를 간단하게 하고 있지만, 그냥 스트레칭 정도인 내가 요가의 나라 인도의 영적 스승이라 불리는 오쇼의 말을 듣고 깨달음을 담아 둘 수 있을까. 이성적 깨달음이 아니라 온몸을 통해 전해져 오는 깨우침으로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일독했다. 생각보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읽기 어렵지 않았고, 단지 용어 자체가 낯선 것들이 많아 멈칫 멈칫 읽은 책이다. 


 18강의 내용 중 1강인 내면에 대한 이야기는 순간을 사는 것, 먹는 것, 참다운 고행 그리고 자아 탐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순간이 모든 것이고, 전체이며 완벽하다는 생각을 전한다. 순간을 살아내는 힘이 있을 때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신이 우리 내면 안에 거주하고 있고, 자아탐구를 통해 신과 만나는 일이 생의 또 다른 소명일 것이다. 우리 몸이 신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끊임없이 지켜보기를 통해 자기 기억, 자기 탐구를 행할 때 삶의 모든 것이 풀린다는 조언을 한다. 자기 내면을 보기 위해 참다운 고행을 전한다. 단식, 자연스러운 식사, 깊고 리드미컬한 호흡, 감정을 억압하지 않기, 요가 수련, 자연스럽고 유한한 생활 그리고 몸에 자유를 부여하는 삶은 내면으로 가는 통로가 될 것 같다. 


 2장의 유한성에 죽으라는 편에서는 무념과 무호흡이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무념과 무호흡이 영원한 세계의 것이라고 하는데,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죽음을 맛볼 수 있는 방법으로, 호흡을 충분히 뱉어내고 난 후 멈춤을 시도해 보라는 말을 따라 해 보았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명상 후 한 번씩 시도를 해보려 한다. 호흡 멈춤 수련이 영원으로 통하는 문을 넓게 해준다고 한다. 호흡이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흡을 바꾸면 마음이 변한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몸은 마음의 시작이고, 마음은 몸의 끝이기에 인간을 ‘몸마음’이라 부른다. 


 3장의 근원 회귀하여 주인이 되라는 강의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신성한 존재를 깨달을 때 온 세상이 변한다.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낡은 세상을 버리라는 말을 통해 나는 지금 무엇에 이끌려 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번뇌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지를 너무 많이 들고 있는 건 아닌지...... 삶 속에 의지의 힘을 쓰지 말라는 말은 욕망으로 살면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다는 말과 상통한다. 주인은 요구하는 자가 아니라 주는 자이다.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의지를 내려두려면 4장에서 언급한 차원 높은 의식의 빛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을 ‘응념’이라고 한다.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가져야 수많은 대상을 내려 두고 산만한 정신을 비 온 뒤 흑탕물을 가라앉듯이 평온한 존재가 드러나는 것이다. 멀리 있는 것을 보려면 먼저 가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현재의 순간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때 미래와 과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가의 전 과정을 3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육체를 넘어서는 과정, 마음을 초월하는 과정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사라지게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의식이 한 점에 모이면 지나온 삶이 명확히 보이고, 그 의식이 깔 끝처럼 모여 유일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생각과 생각의 틈새 속에서 흐름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던가. 요가의 기본이 홀로 서는 강한 자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신이 없으면 모든 책임은 인간 스스로 져야 한다. 그래서 나약한 사람은 신을 믿고 의지 하지만, 강한 자는 홀로 서는 자이다. 삶의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며, 오직 홀로 서서 스스로 노력할 때만 요가의 세계가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가 한 언어를 알면, 그 사상을 알듯이 침묵을 알면 침묵의 언어를 알아듣는다고 한다. 침묵의 언어를 배워야 할 것 같다. 침묵을 통해 세상의 소리뿐만 아니라 영혼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건 아닐까. 


 7장의 죽음과 카르마의 비밀과 8장 내면의 하늘을 관조하라는 편은 마음의 위안을 준다.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죽음에 대한 명상을 하지 않는 우를 범한다고 한다. 죽음을 알아야 시간을 알기에 죽음을 귀한 손님으로 대하라고 한다. 인간의 일생은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과정임을 이야기한다. 삶을 분할하려 하지 않을 때, 즉 좋고 나쁨을 이분법화 하지 않을 때 삶의 밀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홀로 있음은 한 마음이 되었을 때 체험하는 아름다운 과정이라고 한다. 홀로 있을 때 자아를 실현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니, 홀로 인 시간을 더 자주 가져야겠다. 매일 새벽에 만나는 그 홀로인 나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해야겠다. 


 태양과 달의 만남, 음양의 존재에 대한 편을 다루는 9장은 생활속 지혜를 담고 있다. 여성성인 달은 음이고, 남성성인 태양은 양이다. 음과 양이 조화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왼쪽은 달의 센타로 내면의 여성성을 상징하고, 오른쪽은 내면의 남성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외면의 여성성이 내면의 여성성과 만나고, 외면의 남성성이 외면의 외성성을 만나는 게 부부나 연인의 관계다. 태양의 에너지가 변해 달의 에너지로 변화할 때 더 조화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다. 화가 날 때의 남성성을 잠재우기 위해, 여성성을 상징하는 왼쪽의 콧구멍으로 호흡을 할 때 잠시후 잠잠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왼쪽 콧구멍으로 숨을 쉴 때 일어나면, 하루 생활이 변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고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기분 상태에 따라, 차분해지고 싶으면 왼쪽 콧구멍으로 쉼을 쉬고,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가 필요할 때는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어 보는 것이다.

 

 물질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자신만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고 한다. 사람은 줄 수 있는 것만 소유한다는 말도 인상 깊다. 사랑을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줄 수 있고, 돈을 가진 자만이 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소유한 것이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다. 주는 마음이 풍요로운 마음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죽음과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오쇼는 명확하게 이야기해 준다. ‘삶을 바르게 살면, 삶을 진실로 살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삶을 진실로 사는 자는 죽음을 기꺼이 맞이한다. 그런 죽음은 깊은 잠이나 편안한 휴식과 같다. 삶의 절정을 체험하는 사람에게 죽음은 아름다운 휴식이나 축복이 된다.’

살아라, 온몸으로 살아라. 몸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라. 몸과 사랑에 빠져라 그러면 늙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생기지 않는다. 그럴 때 노년은 질병이 아니라 아름다운 현상이 된다. 노년의 삶은 삶의 절정이 된다.


'나는 몸이다, 나는 마음이다'를 생각하지 말고, 어떤 대상과 동일시하지 말며 ‘나는 지켜보는 자요, 관조자다’라는 마음으로 관조자가 자리를 잡을 때 존재에 대한 욕망이 사라진 다고 한다.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니라 그 무대를 보는 관조자가 되어야겠다. 삶을 공연장으로 만들기 쉬운 시대에서 관조자가 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요가의 기본정신을 생각해 보고 호흡을 통해 내면과 외면을 연결해 보는 명상과 자기 수행으로 참된 나로 살아갈 힘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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