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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Jun 17. 2024

하루 한 권 독서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허지원

수없이 다양한 감정이 불쑥불쑥 나타날 때 가끔 나를 들여 본다. 왜 이런 느낌이 들지? 어떤 날은 비가 개고 난 후 만나는 맑은 공기 같은 하루를 맞이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잔뜩 찌푸린 먹구름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일 년 365일 매일 행복감을 목표로 둔다면 삶은 너무 많이 먹어 질린 과자 같을 것 같다. 가끔 우울해지고, 자아의 이상형과 현재의 이상형 사이가 너무도 먼 것 같아 한심한 느낌이 들다가도, 한 여름의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처럼 그 누군가의 칭찬에 바람 든 풍선처럼 잔뜩 부풀기도 한다. 


 다양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데, 어떤 특정의 감정들은 뇌에 흔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저자는 임상 심리 전문가이다. 뇌과학과 임상 심리학 측면에서 마음의 문제를 살피며, 자기 공명 영상(MRI기법으로 뇌를 촬영)과 심리 치료 효과를 과학적인 연구를 보여 주면, 위태로운 사람들이 심리 치료를 결심할 것이라는 기대로 책을 썼다고 한다. 단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연구를 하겠다는 저자의 애플로그 글이 우연히 책위로 떨어지는 예쁜 꽃잎 같다. 


 1부는 너무 노력하되 애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뇌영역의 회백질은 정서, 주의, 기억, 문제해결을 담당하는 부위로서, 그 부피 변화가 중요한 임상 증상을 제시한다. 1980년과 1990년은 개인의 저조한 성취, 대인 관계, 그리고 살면서 살아가는 모든 문제를 낮은 자존감으로 치부해 버리던 시대였다. 하지만, 절대적 수준으로 낮은 자존감도 없고, 높은 자존감 프레임은 허상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직 읽지 않은 내 책들 사이에 자존감과 관련된 두 권의 책들의 대기번호 순위가 뒤로 밀려 났다. 현대는 상태자존감 시대 즉 삶의 맥락과 고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자기 가치감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는 유동적 자존감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양육자의 태도로 ‘자존감’이 달라진다고 오인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나를 출산했을 때 부모 연령 또한 미숙했음을 생각해 본다면, 마음은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 학교 다닐 적 군인들을 보면 정말 아저씨 같았다. 그러나 지금 가끔 길거리를 지나가는 군인들의 앳된 모습에 놀라는 것처럼, 우리의 부모도 조금은 미성숙한 상태에서 부모가 되었음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내가 미성숙해서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된 것처럼. ‘네가 어떤 일을 애써 하지 않아도, 그냥 너 자체로 나는 네가 참 좋다’라고 아이가 반복적으로 느끼게 해주기만 해도 좋다는 저자의 충고는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2부는 타인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 높은 자존감아래 치명적인 단점이 가려져 있을 수도 있고, 낮은 자존감에 뜻밖의 자질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람이 아무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쉬고 있을 때(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자의식, 자기 개면 같은 같은 자기 창조적 정보 처리 영역과 타인의 마음을 짐작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처리 영역이 겹친다고 한다. 멍 때리는 시간이 결국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진심이면 언젠가 통할 것이라는 믿음은 타인의 인정이 너무도 중요하는 믿음과 같다는 말은 놀랍다. 소울 메이트를 믿고 찾는 사람들이 쉽게 불안해지고, 애인의 실수에 덜 관대하며, 상대가 자신이 정해둔 규칙에서 벗어나면 불안과 불편을 더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새로운 사실이다. 소울 메이트를 찾기보다는 자아를 소울 메이트로 만드는 게 정신건강에 더 이로울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당신이 당신을 지킬 차례’라는 말을 명심해 본다. 뇌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조금씩 속이며 사는 게 더 낫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 활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 안아주기, 따뜻한 물 목욕하기, 따끈한 차 마시기, 자신의 양손을 엑스자로 겹쳐 스스로를 안아주는 버터플라이 허그 그리고 애완동물 안아주기 등도 쉽게 실천 가능한 활동들이다. 

‘나는 적당히 불완전하고, 적당이 완전하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다르다. 내가 나 자신을 재 양육할 필요가 있다.’


 3부는 완벽 주의적 불안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마음이 완벽주의자들의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에 힘을 빼줄 것 같다. 완벽주의가 게으른 버릇에서 나온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다. 자신이 우울하고 불안한데, 완벽주의 성향까지 있다면, 후자의 성향은 긍정적 대인 관계를 맺는데 방해가  된다고 한다. 완벽주의적인 특성을 통제적으로 제거하면, 자의식 정서가 우울이나 불안에 미치는 영향이 함께 사라진다고 한다. 아프리카 속담, ‘내 안에 적이 사라지면,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를 해치지 못한다’라는 말을 통해 나를 알고 내 안의 적이 없을 때 우리는 더 살만한 세상을 만날 것 같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는 언제 생을 마쳐도 이상하지 않을 각자의 궤적을 산다.’


 원래 인간의 뇌는 ‘잘되면 내덕, 못되면 남의 탓’을 하는 프로그램이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우측 측두엽 활성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능을 담당하고, 좌측 측두엽의 활성화는 타인의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우리의 에너지의 방향이 잘못된 쪽으로 달리면, 자신을 해치고 있는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라고 한다. 이런 에너지 모두 다 아까운 ‘당신의 생의 에너지’라고 조언한다. 


 4부는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자꾸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나에게 해주는 조언 같다. ‘삶에 큰 의미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의미이고, 그것만으로 당신은 다 한 겁니다. 살아있는 부모, 살아있는 친구, 살아있는 자식, 살아있는 나, 그거면 됐습니다.’ 행동이나 일 또는 어떤 대상이 삶의 의미여서는 안 된다. ‘네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어?, 넌 행복해?’ 같은 질문들은 멀쩡하게 잘 지내던 우리를 갑자기 불행하게 만든다고 한다. 삶에 있어 당장 어떤 의미를 알아내려 하거나 삶의 의미를 가져다줄 특별한 무엇가를 찾는 것은 더 큰 짐을 본인에게 지우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나 자살 시도를 했던 우위험군의 사람의 전전두엽의 부피는 감소되어 있다. 즉, 뇌에 그 상흔이 남아 있다고 한다. 또한 편도체 부피가 줄어든 사람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으로 SNS중독을 이야기한다. 전전두엽, 편도체 그리고 해마의 부피를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규칙적 운동, 꾸준한 운동, 항우울제 복용 그리고 제대로 된 심리 치료를 받아 보라고 조언하다. 왜 해야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마음 관리 법이다.  


 우울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인식한다고 한다. 우울에 맞서지 말고, ‘어, 우울 왔어?’라고 집주인이 손님을 모시듯 맞이하되, 그 원인을 탐색하고,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조언도 도움이 된다. 우울한 사람이 자기 계발 도서나, 셀프 치료 핸드북을 읽으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한다. 왜냐 하면, 저 사람은 나보다 더 나쁜 상황 이었지만 극복했는데, 나는 왜 안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울감을 없애주는 방법도 실용적이다. 커피 마시기, 따뜻한 목용 하기, 반려견 입양하기, 그리고 감사 일기 써보기가 있다. 단, 감사 읽기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도움이 되고, 매일 쓸 경우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어 오히려 효과가 감소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5부는 당신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 것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성공할 때는 아이처럼 굴어도 좋지만, 실패할 때만큼은 더 세련되고, 우아했으면 좋겠습니다.’ 홀로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어쩌라고 정신으로 살며, 뭐라도 하자라는 정신으로 삶을 기대하면 살아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의존성을 비난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그냥 유연히 받아들여 보는 것이다. 


 저자의 위안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마치 어린 시절 아픈 배를 살살 문질러 주는 엄마의 손길 같다. 

-날을 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노력하되 애쓰지는 말아요. 인지하되 의식하지 마세요.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당신의 인생의 반을 사람으로 채우려 하지 말세요. 그게 누구든.

-성취로 정체감을 형성하려 하지 마세요. 

연구 결과, 자신이 속한 그룹의 대표성을 굳이 짊어지고, 성취를 이루려고 하면 그 수행 수준이 떨어진다고 한다. 자존감이 낮다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멋져, 나는 특별해’를 외치며 자존감 향상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존감을 낮춘다고 한다. 억지로 자존감을 높이려 애쓸수록, 우리는 더 우울해지니, 자존감에 대한 자기 검열은 이제 그만두라고 조언한다. 


 ‘당신의 모든 측면에 더 상냥하게 대해주고, 스스로에게 더 자비로워도 됩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을 하세요. 스스로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마세요.’ 우리를 절망하게 했고, 저주했던 어떤 요인은 우리가 간과한 우리 행운의 일부였음을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충분히 불충분하고, 완전히 불완전합니다.’

기대 없이 읽어 들어간 책이지만,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는 묵직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저자 덕분에 내 감정의 정체를 좀 더 정확히 알게 된 것 같고, 그리고 감정 다루기를 잘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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