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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Jun 19. 2024

하루 한 권 독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 전애원

삶과 죽음의 두 선상에서 어디쯤에 서있는지 문득 궁금해질 때 읽은 책이다.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야 제대로 살 수 있다는 말 때문이리라. 책을 통해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생각 주제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마주하는 일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리라. 


 저자 김새별은 유품 정리사 대표이며,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 전애원이 바라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쓴 글이다. 스스로 목숨을 마감한 사람도 있고, 병이나 노환으로 마감한 사람도 있고 그리고 타인에 의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20대 시절 친한 친구의 죽음을 보고, 그의 몸을 닦아 주면서, 죽음을 직시하는 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염습(시신을 씻긴 뒤 수의를 갈아입히고 염포로 묶는 일)’ 하는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직접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중 매체에서 전해지는 갑작스러운 죽음, 사고에 의한 죽음이나, 타살 등에 대해 사람들은 연민 어린 동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바로 자신의 옆집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해서는 껄끄러운 시선과 불쾌함을 보이는 이중적인 태도를 저자는 이야기한다. 탄생이 환한 빛을 닮은 흰색 같다면, 죽음은 막막한 느낌을 주는 까만색 같다. 일상에서 탄생과 죽음이 반복되는 것을 알지만,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주위에서 떠난 지인들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 


 경험해 보지 못하고 떠난 그 수많은 사건들이 얼마나 그리울까. 막내 이모는 3살 민성이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사촌 수현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그의 두 아이가 성년이 되어가는 모습을 못 보고 떠났다. 대학 시절 학교 선배는 군입대를 앞두고 머나먼 하늘로 갔다. 이렇게 가만히 둘러 보면 수많은 죽음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을 것이다. 저자들의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삶이 우리 곁에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기회가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죽음이 필연인 모든 사람들에게 저자는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오직 그것 하나뿐이라고 말이다. 자연적 죽음, 즉 삶이 다하고 노쇠해져 자신의 모든 장기와 기관들이 더 이상 굴러갈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닫고,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1% 정도는 된다고 한다. 친할머니도 이런 자연적 죽음을 맞이하신 분이셨다. 저녁을 가족과 맛있게 드시고, 잠을 자면서 영원한 꿈속의 세계로 가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지와 함께 어떻게 죽을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떠남의 미학을 실천해야 하는 인생 마지막 숙제가 죽음이다. 


 ‘수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돌아가신 부모를 안고 우는 자식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는 반드시 자식을 품에 안는다.’ 이 글을 읽으면서 부모라서 충분히 공감이 갔다. 살아갈 용기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분명 있다. 저자들이 말하듯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이지만, 젊은 사람들의 생과의 자발적 단절은 무관심과 배려가 없는 사회적 제도 때문일 수 도 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주는 50만 원의 생계비를 들었다. 이런 비용들이 왜 필요한지 알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과 죄책감은 희미해지겠지만,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은 희미해지지 않는다. 그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남은 나의 자식에게로 또 그 자식에게로 이어지리라.’ 자식들에게 아픈 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용하게 세상을 떠난 부모를 둔 자녀들이 느낄 그 죄책감에 위안을 주는 문구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시아버지를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잔정이 많았던 그분의 이야기는 여전히 시댁 식구들의 대화 소제가 된다. 


 유품 정리사들에 대한 편견 때문에 마음에 상처도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들의 말처럼 천국으로 이사를 돕는 사람들이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들이 가지고 있는 업에 대한 소명이 아름답다. 그 누군가는 해야 할 일에 소명을 더할 때, 그 일은 위대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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