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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Jul 01. 2024

하루 한 권 독서

[긍정의 손끝으로 세상을 요리하다]- 박효남

아홉 손가락이 예쁜 남자 이야기다. 표지에 자신 있게 검지가 없는 손을 드러내고, 업을 상징하는 요리사 모자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떤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고, ‘’왜 한 손가락이 없지?’라는 중얼거림을 만들어 내는 책이다. 대한민국 요리 명장이요, 힐튼 호텔에서 38년을 일한 남자, 그리고 파견 외국인의 점유물이었던 총주방장을 10년 동안 유지한 남자, 현재는 사이버 대학 교수이자 세종 호텔 총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담백하게 삶의 진실을 보여 준다. 


 세상에는 나쁘고 좋은 게 없다. 단지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은 쪽을 보고 자신의 성장의 도구로 쓴다면 모든 것이 복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기본인성은 무한한 긍정성, 인내력,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노력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과 사물을 배움의 재료로 써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쓸 사람이며, 그 재료들로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냈다. 서두의 글로 ‘나는 내게 주어진 환경이나 어려움보다는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면의 행복감에 대해 집중했다’라는 말이 인상 깊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성공은 나의 일에 내가 주체가 되어 거기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 말한다. 

 그에게 인생 스승 역할을 해준 부모와 요리계 스승인 요셉 하우스 버거가 훌륭한 멘토가 되었다고 한다. 20대에 월남한 아버지는 직업 군인이었기에 저자의 유년기 시절은 아버지 부대가 있던 고성 산골이었다. 감자를 서리해서 땅속에 묻고 그 위에 불을 지펴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고, 유리처럼 깨끗한 냇가에서 민물고리를 잡아 된장 한순푼만 넣어도 맛있는 국물이 우러나는 매운탕을 친구들에게 끓여준 저자는 어려서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한 사람이었다. 


 서울 아가씨였던 저자의 어머니는 일상 곳곳에 예쁜 장식과 멋의 여유로움을 추구했던 분으로 ‘돈이 있든 없든 삶의 여유를 추구할 줄 안다는 것은 평생을 지배하는 감각의 기조가 된다’는 것을 알려준 분이라고 한다. 저자의 어머는 프랑스 요리의 섬세하고 우아한 격을 알게 해 준 가장 큰 은인이라고 이야기하다. 그리고 요리손맛의 기본이 ‘정성’ 임을 깨닫게 해 준 분이다. 


 오스트리아 인 요셉하우스버거는 총지배인으로 저자에게 큰 깨달음을 준 분이라고 한다. 최고를 향한 그의 집념과 열정을 저자에게 전염시켰고, 자신의 맡은 일에 끝가지 최선을 기울이는 성실한 자세와, 자신의 요리 속에 마음을 담는 법을 알려 주신 분이라고 한다. 1992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던 요리 경연에서 저자와 함께 은상을 받게 된 사연은 요리에 대한 예술적 승고함을 느끼게 해 준다. 싱싱도가 떨어진 성게알을 다시 구해 와야만 했던 저자가 낯선 싱가포르 땅에서 밤늦도록 헤맨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친구 집에서 소여물을 재미 삼아 썰다가 자신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까지 절단되었지만, 그런 자신의 잃어버린 손가락에 집중하기보다는 남아있는 아홉 손가락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저자다. 아버지의 군 생활 퇴직 후 서울 생활을 이야기하면서도 그의 긍정성이 보인다. 다른 친구들은 고등학교를 다닐 동안 저자는 중졸로 아버지의 연탄 배달을 도왔던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기본 심성을 만날 수 있다. 배움이란 어찌 되었던 평생을 해야 하는 활동이고, 지금 당장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지만 언젠가 다시 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기술을 배워 빨리 돈을 벌어 부모님의 고생을 덜어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연탄을 나르며 흐르는 검은 땀을 지켜보던 저자는 어려울 때마다 그 상황을 기억해 냈고 역경을 잘 이겨낸 것 같다. 우연히 보게 된 요리 학원 앞의 광경은 당시 상황을 잘 보여 준다. 여자 수강생의 경우 떳떳하게 요리 학원을 들어가는데 남자들은 주위를 살피고, 몰래 요리학원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어린 저자의 호기심을 더 키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중학교 졸업 후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결국 요리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고, 성실한 그에게 하얏트 호텔에서 보조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 요리를 시작한 그에게 주방 가득히 쌓인 감자는 깎아야 할 산이 아니라 즐겁게 넘어야 할 산으로 대한다. 감자를 더 잘 깎기 위해 삶은 계란을 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 돌려가면서 감자 깎는 상상을 하면서 까지 정성을 쏟는다. ‘상황은 변함없지만, 그것을 생각하는 마음이 변하면 똑같은 일이라도 긍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고, 부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감자를 잘 깎았던 덕분에 후에 프랑스에서 콧대 높은 요리사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감자 깎는 방법을 전수해 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얻어, 덕분에 프랑스 요리를 잘 배워오게 된 것이다. 어디서 일하든 어떤 일을 하든지 제대로 해내려는 정성을 들일 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살아가는 동안 자신에게 그것들이 선물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보여 준다. 


하얏트 호텔에서 3개월 밖에 일하지 않았던 저자의 성실성을 보고 ‘휴고’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오픈한 외국인 주방장이 저자를 스카우트해 간다. 요리에 대한 열정도 있으나, 외국인을 상대로 일을 하는 저자의 업무 특성을 알았던 저자는 영어회화를 지속적으로 공부해 왔기 때문에 외국인 주방장 입장에서는 소통도 되고 성실한 저자를 당연 욕심냈을 것이다. 요리사의 직급은 쿡 헬퍼, 써드 쿡, 세컨드 쿡, 퍼스트 쿡, 부주방장 그리고 총주방으로 서열화되어 있다고 한다. 요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늘 한 시간 먼저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퇴근하며, 퇴근 후 새롭게 알게 된 요리법을 메모하고 정리하는 그의 자세 덕분에 직급 승진마다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 같다. 


 그의 요리 정신은 숭고함을 담고 있다. 정성이 기본이요, 얼마나 영감과 진심이 담겨있는 요리를 새롭게 창의 해내는가를 염두에 두었다. 요리사는 단지 유행이나 경향을 따라가서는 안되고, 창조하고 이끌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쇠고기 갈빗살 소금구이 또한 ‘저작권’ 등록을 하는 선례를 잘 남긴 사람이다. 중졸이었지만, 방송 통신 고등학교, 대학 석사 그리고 박사 과정까지 진행해 간 그의 공부에 대한 열정도 전달이 되어 온다. 요리 경연 대회에서 받는 상을 대하는 자세 또한 본받을 만하다. 저자가 받은 상들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발휘해야 할 고도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는 것을 알았기에 상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 또한 훌륭한 삶의 처세술이다. 각국 정상급 세프들을 초청하여 그들이 지닌 솜씨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축제의 장인 스위스 생 모리츠 미식 축제에서 그가 선 보인 신선로 요리는 한국 음식의 세계화가 가능함을 보여준 선례가 되었다. 


 ‘요리란 것도 결국은 요리를 매게로 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다. 요리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서로 간의 정이 전달되는 것이다.’ 저자의 직업 소명과 업을 대하는 자세를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할 수 있는 노력이 아니라, 해야 하는 노력을 제대로 해야 함을 알려 준다.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이 세상을 알수록 나는 점점 겸허의 소중함을 느낀다.’    


저자의 성공 계언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세상을 얼마나 긍정으로 보는지, 자신감,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고,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이름은 자기 자신의 인격과 가치관과 살아온 세월 등, 자신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집약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름은 인간다운 최선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행동의 지표와 기준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하든 자기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 명장 다운 생각이다. 그리고 일 외에 즐길 거리를 만들어 내는 취미 생활은 삶의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해 준다는 저자의 생각에도 공감이 간다. 살아 있는 한 꿈을 꾸어야 하고, 그 꿈을 위해 평생공부하는 사람은 삶의 명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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