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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Jul 10. 2024

하루 한 권 독

[백세 일기]- 김형석

100년을 살아낸 다면 어떤 기분일까? 20대의 그 풋풋했던 시간을 지나고, 아이를 키워내는 가정에서 분주했던 30~40대를 거치고 나온 지금, 성숙이라는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 김형석 교수는 올해 105살이지만 현역이다. 이 책을 쓸 때가 100세 생일을 맞을 시점이었고, 그 전해에 186회 이상의 강연을 하고, 책을 지필 하셨다. 40대부터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일기가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 이야기하신다. 2년 전의 일기를 보면서 오늘의 일기를 쓰는 행위 자체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활동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신다. 그분이 걸어온 일상의 생각들이 일기를 걸쳐 책이 되었다. 


 중간중간 낭독을 하면서 읽었더니, 좀 더 애정이 가는 책이 되었다. 한번 멋지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석양이 찾아들 때가 가장 아름답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다. 더불어 산 것은 행복을 남겼다. 책의 소제목들을 곱씹어 읽어 보기만 해도,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저자의 생활은 담백하다. 매일 아침 같은 식사(우유 한잔, 계란하나, 약간의 호박죽과 야채, 식후 커피 한잔)를 하시고,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사드신다고 한다. 먹고 싶은 것을 가리지 않고 잘 드시는 것 또한 건강의 비결이다. ‘음식으로 주어지는 건강을 일로써 보답하자는 뜻을 갖고 식탁에 앉는다.’ 


 절약과 저축이 미덕이 아니라, 적당한 소비로 사회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해주는 역할도 노년에 가져야 할 마음 가짐 같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임을 이야기하신다. 그래서 세금을 더 많이 낼 때 기쁘시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자신의 생일이 있는 4월 달을 봉사의 달로 정하고 실천해 오신 길을 만드셨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일을 위해 건강을 신경 쓰셨기 때문에 105세 철학자로 우리 곁에서 좋은 조언들을 들려주시는 것 같다. ‘100세에 내 삶의 석양이 찾아들 때가 왔다. 아침보다 더 장엄한 빛을 발하는 태양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


 병약해서 모친의 소원이 아들이 24살 까지만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학교에서 매일 아침마다 신사 참배를 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 윤동주는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은 매일 1년 동안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고 한다. 15살 무렵 1년 동안 읽었던 책들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청소년 기의 책 읽기는 한평생을 살아갈 기저가 되는 주춧돌 같다. 교사로서 일을 하다가 남과 북이 나뉘는 상황에서 아들과 아내와 함께 월남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남과 북이 나뉘고, 월남했다가 미국에 가서 영주권을 얻어 다시 북한으로 가서 가족을 만난 지인의 이야기는 쓸쓸함을 남긴다. 이념으로 나뉜 나라가 한 집안의 형제들조차도 남으로 만든 현실을 보게 된다. ‘어렸을 때는 모두가 행복했는데, 그 따뜻한 사랑의 길을 누가 끊어버렸을까.’


 현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경청하게 된다. 100년을 살아낸 삶에서 고독감을 이야기한다. 저술과 강연으로 쉼 없이 흐르는 물처럼 살지만, 자신이 아는 지은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아 살아가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얼마나 오래 사는 것이 좋으냐에 대한 답으로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라는 대답을 통해 노년 삶의 기준에 대한 답을 얻었다. 사람이 나무라면 노년의 나무는 풍성한 열매를 맺어 나눠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나이 듦에 시선을 두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성숙으로 사회에 더 많이 돌려 줄려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저자의 말처럼 석양이 더 아름다운 삶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길을 100리로 봤을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공부를 자력으로 해야 할 길이 70리가 남아 있고, 대학을 졸업했다면 60리가 남아 있다고 하신다. 공부하는 삶이 죽을 때까지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기본 활동임을 알 것 같다. 60이 넘어서야 강의다운 강의도 하고, 학문에 대한 의욕이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이야기하신다. 학교 교육이 끝나고, 사회 교육이 평생 지속되어야 한다. 인생의 3단계로, 교육을 받는 30년, 직장에서 일하는 30년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열매를 맺어 남기는 30년을 이야기한다. 


 ‘자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아들, 딸이 40~50대 성년이 되었을 때, 어떤 인격을 갖추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인격적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한 줄의 글귀가 많은 생각을 준다. 사회적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두고, 한 순간의 실수로 무너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그 교육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자식을 키워내고 사회로 내보낸 그 일들을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다’라는 말로 표현하신다.


교육자는 씨를 뿌리거나 나무를 심는 일을 한다. 열매는 사회가 거둔다.’ 담백하면서도 간결한 삶의 진리다. 

 90을 넘기면서 만난 생각들도 뒤를 따라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60-70대까지 정신적 성장과 성숙을 할 수 있고, 그 기간에 맺은 열매가 90까지 연장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신다. 여전히, 10년만 더 살 수 있다면 한번 멋지게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신다고 한다. 60에서 90까지는 열매를 맺어 사회에 혜택을 주는 더 소중한 기간임을 알려 준다. 


 남녀 간의 사랑 또한 젊었을 때는 연정을, 가정을 가진 후에는 애정을 쌓다가 더 늙게 되면 인간애로 승화되는 것이 남녀 간의 사랑임을 이야기하신다. 부부가 인간애로 함께 노년을 맞이하고, 삶의 끝을 함께 마무리할 수 있는 것도 큰 복임을 알 것 같다. 


 ‘청년의 ‘지성을 갖춘 용기’는 소중하다.

장년의 ‘가치관이 있는 신념’은 필수적이다.

노년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도 있어야 한다. 

이 3세대가 공존할 때, 우리는 행복해지며 안정된 성장을 누릴 수 있다.’

100년 삶의 철학을 통해 지혜롭게 걸어가야 할 내 삶을 다시 정돈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는 삶, 베푸는 삶 그리고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건강하게 더 많은 삶의 철학을 남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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