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윤효 Jul 08. 2024

하루 한 권 독서

[낭독을 시작합니다]- 문선희 외 6명

성우 7명이 들려주는 낭독 이야기다. 자타가 공인하는 목소리 최고 사용자들이다. 성우로서 낭독을 즐기는 그녀들의 사진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글들을 자신의 목소리와 귀로 즐겨 들어서 그런지 그녀들은 마치 예쁘게 화장이 잘된 얼굴 같다. 차분해 보이면서도 안전감이 있어 보이는 잔잔한 미소 그 자체만으로 그녀들을 따라 낭독을 지속적으로 해야겠다는 확신을 준다. 


 낭독을 하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고, 텅 빈 듯 고요한 상태가 지속이 되어, 어느 순간 지극히 몰두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입을 떼서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쉽게 실천하는 방법이 낭독의 장벽을 낮춘다. 저녁 10분, 좋은 글을 읽고 녹음해 보는 거다. 5분 녹음하고, 녹음된 5분을 들어 보니 생각보다 부정확한 발음과 들쑥 날쑥한 속도가 귀에 들어온다. 김형석 교수의 <백세 일기>를 낭독으로 읽어 보니, 책의 밀도가 높아짐을 느꼈다. 머리로 읽는 책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어야 할 책은 낭독이 최고 독서법임을 알 것 같다. 


 왜 낭독을 해야 하는지를 들려주는 문선희 성우의 글은 망설이는 독자의 마음을 단숨에 당긴다.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질 때 낭독을 한다는 그녀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읽었던 구절을 소개한다. 항암 치료를 거부하면서 글을 썼던 이어령 작가가 쓴 한 줄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살고 싶어서.’ 낭독은 좋은 내용을 더 잘 새기려고, 마음에 밑줄 긋는 일과 같다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한 권을 다 낭독할 욕심을 내지 않아도, 그저 마음에 드는 문장만 발췌해 읽으라는 조언 덕분에 낭독을 바로 시작했다. ‘낭독은 자기표현의 시작이자 자신을 알아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어떤 감성을 좋아하는지 말입니다.’


 낭독은 말하듯이 읽는 게 기본임을 알 것 같다. 내용을 충분히 알 때 제대로 읽을 수 있고, 낭독이 경청의 시작이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발굴해 내는 성장 독서법이 낭독이라는 말에 ‘아하’라는 깨달음을 준다. ‘낭독은 한발 한발 낙엽 밟는 것과 같아요. 바스락 거리는 낙엽의 속사임에 귀 기울이는 것, 내가 내는 발자국 소리에 집중하면서 걷는 것, 한 자 한 자 정성을 담아 소리 내는 일과 닮았습니다.’

내 소리에 집중할수록 누군가와 비교가 아닌 유일 무이한 존재로서의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저자가 소개한 배철현 교수의 인문 에세이를 낭독으로 읽어 봐야겠다. 


 몰입을 부르는 낭독을 이야기하는 성우 정남은 낭독을 대하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깊은 몰입이 오감을 건드릴 때 듣는 이의 마음이 비로소 움직인다는 것을 그녀는 이야기한다. 호흡과 리듬을 한 몸으로 느끼며, 그의 호흡과 내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몰입이 시작된다고 한다. 낭독을 통한 몰입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진다. 그녀가 소개한 공자의 화법도 인상 깊다. 논어의 <향당> 편에서 공자는 ‘늘 겸손하고, 과묵하시니 마치 말을 못 하는 사람 같았다’라고 한다.


 오감을 여는 낭독을 이용순 성우는 전한다. 낭독을 통해 내 목소리에 익숙해지면 좋은 점이 목소리로 무언가를 할 때라고 한다. ‘잠들기 전에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지름길 임이 틀림없습니다. ‘


 낭독을 놀이로 대하는 임미진 성우는 온라인 낭독회를 통한 이야기나 아이와 함께 읽는 낭독의 중요성을 알게 해 준다.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에 함께 읽어가는 낭독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준다. 


 발음부터 시작하라는 송정희 성우는 자세하게 하나씩 잘 알려주는 친절한 선생님 같다. ‘눈으로, 마음으로 내 감각을 깨워가며, 텍스트를 보는 능력을 기르면 오감에도 도움이 됩니다. 먼저 내 속도에 맞는 묵독으로 텍스트를 천천히 바라보고, 끊어 읽기를 할 때엔 ‘마음의 연필’로 체크개 봅시다. 그래야 텍스트 속의 정서가 내 감각으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쓴 그로 낭독해 보라는 아이디어도 좋은 것 같다. 


 책의 중간에 소개된 낭독 달인들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일본 애니메이션 <드레곤 볼>에서 손오공 목소리를 연기했던 노나와 마사코는 굵은 목소리의 여자 성우가 미소년의 목소리를 어떻게 멋지게 소화해 내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한 달의 씨안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이에게 <드래곤 볼>의 손오공 목소리로, 곧 후속 편이 출시될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후속편을 기다리며 6개월을 생명의 끊을 놓지 않고, 아이가 기다리게 만드는 힘도 목소리의 힘임을 보여준다. 1,120개의 다양한 목소리를 구사해 냈던 멜블링크 이야기와 노숙자에서 목소리로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노숙자를 돕는 사회 활동을 하게 된 테드 윌리엄스 이야기도 책을 읽는 재미를 준다. 


 치유하는 낭독을 이야기하는 조예신 성우는,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에서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거나 목소리를 활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응어리를 녹이고 상처가 아무는 치유 경험’을 한 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후두 마사지와 올바른 호흡으로 공명감을 진동하는 낭독법은 전문성을 갖추는 방법을 알려 준다. 


 오디오북과 북 내 레이이터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혜경 성우가 말하는 낭독의 매력은 깊이가 있다. 함께하는 낭독을 통해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이런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소통하려는 것’이라는 말을 통해 함께하는 낭독의 효과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독서 토론이 낭독문화로 바뀌어도 충분할 것 같다. 독서가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조언한다. 단순 독서가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낭독의 형태로 독서가 발전 된다면, 책 읽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될 것 같다. 자신의 낭독으로 위로받을 때,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그 목소리가 참 좋다는 그 느낌을 그녀처럼 꼭 가져보고 싶다. 미국과 한국의 오디오 북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귀로 듣는 독서가 대중화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말이 담긴 멋스러운 소설들을 만나실 수 없는 부모님을 위해 오디오 북을 선물해 드려야 할 것 같다. 밭에서 일하시거나 집안일을 하실 때 책을 들으면서 일상을 이끌어 가신다면, 삶의 활기와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 

낭독의 매력을 저자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었다. 눈으로 읽는 책과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책 읽기를 통해 독서의 폭이 훨씬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 한 권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