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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Nov 01. 2024

하루 한 권 독서

[사진으로 글쓰기]-강미영

    찰칵, 찰칵. 수도 없이 사진들이 휴대폰 카메라 속에 담긴다. 입지 않은 옷들이 옷장을 차지해 제대로 된 옷조차 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만드는 것처럼 기억해야 할 소중한 장면조차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잊힐 수 있다. 수시로 사진을 찍지만 그 수많은 사진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기억되어야 할까를 생각하던 차에 만난 책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이미지와 글로 표현하는 법.’ 글로도 남길 수 있지만, 관련 사진이 함께 할 때 과거의 삶은 생기를 갖게 된다. 사진만 남겨 두기보다는 관련 내용을 기록해 둘 때 수년이 지난 후에도 과거를 바로 불러내기 쉬울 것 같다. 지나온 삶보다 살아갈 날이 많을 때는 사진들의 의미가 약하지만, 노년이 되어 지나온 길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 때 잘 정돈된 사진과 글은 삶의 위안을 줄 것이다. 


     사진에 글을 남겨야 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독일 심리학자 ‘마르틴 슈스터’가 이야기하듯 정서에 대한 기억이 가장 빨리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있을 당시 감정이 어떻했는지 함께 기록해 둔다면 그 휘발성을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일상에서 감정을 관찰하고 돌보는 효과까지 얻을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때 또는 찍힐 때, 현재에 느끼는 기분까지 기록해 둔다면, 보존의 효과와 함께 자신을 더 깊게 알아가는 도구로 자리 잡을 것 같다. 한때의 모습과 기억을 남기는 것을 넘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알 것 같다. 


     사진 찍는 마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흔하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꺼내 생각해지 못했다. 덕분에 사진을 찍는 행위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고, 정성을 담게 된다. 사진은 찍는 사람의 세계관을 읽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내가 달라 세상을 보는 느낌과 마음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사진과 글을 연인처럼 엮어주어야 한다. 


    사진과 글을 짝으로 맞추면, 눈에 보이는 작은 단서에 가려 보지 못했던 사진 뒤의 그 큰 이야기까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진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살려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대로 찍힌 사진이 우리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략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시간을 잘 모으면 내 인생에 깊게 흐르는 생각을 잡을 수 있다.’ 시간을 모은다는 표현이 참 좋다. 지나온 사진을 본다는 것은 당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갔는지를 알게 되어 자신의 철학이 된다는 말이 인상 깊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의 글을 품은 사진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좋은 도구가 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돌보고 가지런하게 정돈하려는 정성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진으로 글감을 찾기 위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적용해 본다면 쉽게 습관이 될 것 같다. 관찰하고, 사건을 보고, 관계를 보고, 추억을 담고 그리고 의미를 부여하는 글을 넣어 보는 것이다. 셔터만 누르지 말고 하나하나 의식하고 관찰하며, 더 잘 보기 위해 노력할 때 다른 사람이 담지 못한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진을 명사가 아니가 동사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글이리라. 또한, 사진을 찍은 사람과 찍힌 사람이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기록 해 보면서 그 소중한 가치를 느끼게 될 것 같다. 


     사진을 그저 열심히 찍으면서 내 삶을 기록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진과 함께하는 글쓰기는 ‘내 삶의 소중한 순간을 천천히 다시 만나는 일이다. 질주하는 삶을 살던 우리를 멈춰 세우고, 돌아보고 생각하게 한다.’


    사진과 인생을 연결하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수많은 사건 중 어떤 것은 잊히고, 어떤 사건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는 손길이 바빠진다. 지나온 여행사진들을 잠깐 생각해 보게 한다. 찍고 잊히는 그 사진들을 어떻게 삶에 생기를 불러오는 도구로 써볼지를......

사진 찍느라 마음을 볼 여유를 잊을 때, ‘여행자의 일상이 흥미 없는 숙제처럼 피곤해진다.’라는 저자의 말이 딱맞는 표현 같다. 


사진으로 찍히지 않은 여러 감정과 생각과 다짐을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사진으로 글을 쓴다.’ 사진은 순간으로 만났던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글은 그것을 상상하게 만들고, 글을 보는 사람의 눈이 아닌 마음을 그곳으로 데려간다는 저자의 말에 사진 찍기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갖게 된다. 사진 찍고 마음도 쓴다. 아주 단순한 규칙이다.


     인물 사진하면 떠올렸던 것이 예쁜 배경으로 정면을 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단순하고 흔한 소품을 함께 담아 보고 싶어 진다. ‘일대기를 읊는 것보다 사건 하나하나를 풀어놓을 때 글이 더 강력해진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엄마의 손만 찍어보거나, 가족의 뒷모습 찍기 그리고 낯선 곳에서 만나는 타인의 움직임도 찍어 보는 것이다. 사진에 ‘대화’를 넣어 본다면, 그 순간의 기억이 오로시 피어오를 것 같다. 


     부분을 찍은 사진의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글로 남겨 두어야 한다. 그래야 수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다. 사진은 ‘찍히는 대상과 찍는 사람이 짧은 순간 호흡을 함께한 결과물’이라는 표현도 인상 깊다. 

 기록사진에 대한 조언도 도움이 된다. 옛날 사진도 다시 해석해서 써본다면 우리 이야기가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에 현재를 입혀 추억을 다시 쓰고 우리는 새로워진다.’ 


‘누군가 나의 시간을 기록하고 기억해 준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만나는 과정이 어린 시절 사진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 기쁨을 아들에게 주고자 수년동안 커가는 과정을 찍어오고 있다.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를 담아내느라 분주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어른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담은 사진도 소중할 것 같다. 어른들은 아무도 모르게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화나 깨달음을 말하기 위해서는 글의 힘이 필요하다.’


     사진 치료 법인 ‘백지 기법’은 독특하다. 사진 없이 사진을 보듯이 천천히 설명하게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잊고 지낸 인생의 따뜻한 풍경을 다시 마음속에 심는 작업, 그것이 백지 사진의 글쓰기의 핵심이다.’


     일상을 담아보는 사진도 의미가 있다. ‘크고 화려한 것들은 모두가 사진을 찍고 기억하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내 일상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면 평범한 일상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소중해진다.’

중요한 메시지다. 사진과 글을 함께 남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사진 찍기의 또 다른 정의를 만나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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