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수업]- 윤홍균
잔잔한 호수 같은 감정만 우리를 찾아오는 건 아니다. 가끔 통제하기 힘든 거친 물결 같은 감정이 있다. 자존감 또한 항상 높거나 낮은 것이 아니라 물결처럼 높을 때도 있고,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낮아지기도 한다. 자존감을 유지하는 일이 수영과 닮아 있다는 말에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몸에 힘을 빼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조용하게 바라보고, 그 상황에 맞추어 흘러갈 때, 거친 삶의 파도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갖게 될 것이다.
글 쓰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자존감 수업을 통해 조절 능력을 배울 수 있다. 아이러닉 한 말 중 하나가, 타인의 정신 건강을 돕는 정신과 의사들이 의사들 중에서 자살률이 더 높다고 한다. 남들의 아픈 상처를 돌보느라 자신의 감정을 뒤로 미뤄서 그럴까.
저자는‘내가 내 삶에 만족하는 이유’를 찾겠다는 생각과 딸들에게 전해주는 자존감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자존감이 왜 중요한지, 사랑의 패턴을 보면 자존감이 보이며, 인간관계를 좌우하는 자존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존감을 방해하는 감정들과 회복을 위해 버려야 하는 마음 습관, 극복해야 하는 것들과 5가지 실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존감에 대한 기본적 정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타인이 아닌 스스로가 내리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자기 효능감(쓸모 있는 사람이라 느끼는 것), 자기 조절감(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 자기 안전감(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능력)을 좌우할 것 같다.
흔한 자존감에 대한 편견을 들려준다. 순전히 부모 영향으로 자존감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자존감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영역이고, 자존감이 없어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자존감이 높으면 나르시시스트가 되는 걷도 아니며, 부족한 칭찬이 자존감 부족의 원인인 것도 아니라고 한다.
단지,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가 우리가 하는 말, 행동, 판단, 선택 그리고 감정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도 지속적 스트레스난 압박 상황에서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환경에 따라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이야 말로 요즘처럼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사랑의 패턴을 통해 자존감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성장소설에서 사랑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유가 성장은 자존감을 획득하는 과정이고, 자존감이 갖추어지면, 사랑부터 찾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랑 후 이별은 자신을 돌볼 소중한 기회이며, 고독력을 키울 기회로 보라는 것이다. 결국, 혼자 사는 삶을 버티는 능력을 갖출 때 삶의 속도를 오로시 스스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때라는 것도 공감이 간다. 잘 살기 위한 기초 공사로 ‘자신을 사랑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기’를 이야기한다. 사랑의 힘은 내 안에 있을 때 밖으로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상대에 대한 집착이 진해 질 때, 자신을 먼저 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연인이나 부부간의 사랑싸움은 내상이 더 크고 깊다고 한다. 사랑하는 과정 중 상대를 자기로 인식하는 오류 때문에 더 큰 상처를 입을 것 같다.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의심하거나 속박하지 말고, 더 사랑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라는 조언도 값지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사람들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조용하게 읊조려 본다.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의 다른 표현을 우리는 인지하고 살아야 한다. 실제로, 배우자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때 만족도가 커진다고 한다. 감정 공유를 위해서는 관찰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원하는 감정의 공유를 발견하고, 같은 감정의 선으로 함께 걸어갈 때 일상의 리듬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싶은 후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글로 써보라는 조언도 나를 알아가는 또 다른 길 같다. 나를 알면 좋은 점으로 고민이 있을 때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공감이 되는 말이다. 결정을 짓는 과정이 조금 쉬워질 것 같다. 세상에 옳은 결정은 없다. 단지, 내가 나를 믿고 결정하는 결정자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정한 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결정을 잘하는 사람의 가장 큰 능력이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는 힘이 크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뇌과학적으로 본 옳은 결정은 감정을 다스리는 변연계와 이성 쪽 영역인 전두엽이 활성화된 결정이라고 한다. 이성과 감정이 조화를 이룰 때 옳은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 뇌의 기억 관장 영역인 해마는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핵 근처에 서로 붙어 있어서, 기억이 감정을 부른다고 한다. 즉 슬플 때 슬픈 사건 위주로 기억이 나고, 억울할 때는 과거의 억울한 기억만 떠오는다는 것이다.
결혼 만족도가 떨어지는 부부는 ‘항상’, ‘언제나’, 또는 ‘매일’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그 이유가 과거를 낙인찍기 편해서 라는 조언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계에 의존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부모가 ‘나는 우리 애만 행복하면 돼요’라는 말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의존성을 드러내는 말이라는 말도 인상 깊다. 도서관에서 본 책 제목으로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련된 의존은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기보다 강한 존재에 의존하되 의도 방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책이든 몸이 아플 때 의사를 찾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게 의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존한 만큼 보답을 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분류하는 것은 이성적 사고 영역이라 ‘감정에 몰려 있던 뇌 활성이 이성의 영역으로 분산되면서, 감정에서 빠져나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나의 핵심 감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뇌는 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핵심 감정을 잘 다룰 줄 알면, 여러 감정에 응용이 가능하고, 심지어 감정 인식만 해도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옳은 감정, 잘못된 감정은 없다. 다만, 그 감정들이 너무 강하게 올라올 때 방어만 잘하면 된다.’
문제 해결책인 ‘here and now’ 원칙 또한 도움이 된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여기서 바로... ...
바람직한 비난은 없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비난하기 쉬운 일상에서 나에게 던지는 조언 같다. 비난받을 때, 행동요령도 실질적 도움이 될 것 같다. 비난받을 때, 고차원 스킬인 공감을 건네보는 것이다. 공감을 건네면 상대는 공격성을 잃는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최소한의 비난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명은 스트레스를 늘리는 쪽으로 발달한다.’ 인상 깊은 문구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게 당연하다. 문명의 혜택이 클수록 감당해야 할 감정의 무게감도 커질 것이다. 저자의 권유데로,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처럼 걷고, 나를 사랑하듯이 웃는 표정을 지어 보고, 혼자 위로가 대는 말을 건데 줄 때, 우리의 뇌는 건강해진다. 그리고 걷고, 웃고, 혼자 말할 때, 인간의 뇌는 활발하게 기능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자존감 수업은 생활에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한주 동안에도 수십 번의 자존감 물결이 출렁인다. 자존감 높이에 상관없이 그것을 이용해 서핑하는 법을 배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