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랑
향랑
노랗고 노란 호박죽 한 그릇을 받아왔어.
노랗고 늙고 단단한 호박을 반으로 쩍 갈라
호박씨를 숟가락으로 파내고 칼로 쪼갰어.
커다란 가마솥 뜨거운 김에 노랗게 익은
호박을 넣고 커다란 주걱으로 돌리고 저었지.
이 한 그릇으로 내게 오기까지 자연의 일상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부지런한 손길이 있었어.
할머니 돌아가신 후
그 음식을 받아먹을 수 없지만
호박죽 한 그릇 받아먹고 우리 할머니 생각이 간절.
같이 쑥 캐고 먹던 쑥국, 동그란 새알심 넣은 동지팥죽,
심지어 젓갈 많이 넣어 먹기 힘들었던 김치마저 그리워.
마른 땅바닥 마냥 거칠게 갈라져 있던 할머니의 손이
건네준 따뜻한 호박죽 한 그릇.
네게도 그 맛을 전해줄 수 있을까?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