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오만과 편견> 읽기
우리가 고전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조지 오웰의 <1984>,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같은 작품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작가의 명성이나 제목이 익숙한 책을 무심코 고르는 것이 고전읽기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소설의 제목은 암시적이라서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유추하기 어렵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난이도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분량이 짧고, 제목만 보면 동화같은 이야기같지만 사실은 러시아 혁명이라는 큰 사건을 담고 있다. 밀렌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책표지에는 강아지가 그려져 있고, 제목에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랑이야기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소중한 시간을 들여 활자를 읽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고전을. 독서는 아무리 얇은 책도 1~2시간은 집중해야 하고, 영상처럼 2배속으로 볼 수도 없으니 확실히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똑똑하게 독서하자. 시간은 없고 책은 읽어야겠고 실패 없이 내 취향에 꼭 맞는 책을 찾아야겠다면 당신이 할 일은 일단 물어보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개인비서 챗GPT가 있으니까.
Q. 나는 고전소설을 처음 읽어. 그래서 너에게 소설을 추천받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로맨스야.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고전소설이 있으면 추천해 줘.
A. 고전소설을 처음 읽는다고 하셔서 정말 반가워요!
특히 로맨스를 좋아하신다면, 언어가 비교적 쉬우면서도 몰입도 높고, 지금 읽어도 설레는 고전소설들이 많아요. 아래는 그런 기준에 맞는 작품들로, 재미와 감정선, 독서 난이도, 현대적 감성까지 고려해서 골라봤어요.
줄거리 요약: 똑 부러지는 엘리자베스와 자존심 강한 다아시 사이의 오해와 성장, 그리고 로맨스.
왜 추천하냐면: 고전 로맨스의 대명사! 주인공들의 대화가 센스 있고 재치 있어요. '설레면서도 두 사람의 심리와 변화'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요.
읽기 난이도: ★★☆☆☆ (익숙해지면 술술 읽혀요)
줄거리 요약: 고아로 자라난 제인이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 사랑엔 비밀이 숨어 있어요.
왜 추천하냐면: 순정 로맨스이면서 주인공의 자존감과 독립성이 뚜렷해서 감동적이에요. 단순한 사랑 이야기 그 이상, 하지만 전개는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읽기 난이도: ★★★☆☆ (배경 이해가 좀 필요하지만 서사에 빠지면 쭉 읽게 돼요)
줄거리 요약: 네 자매의 성장과 사랑, 그리고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 특히 둘째 ‘조’의 이야기가 인상 깊어요.
왜 추천하냐면: 따뜻한 가족 이야기와 함께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요. 진부하지 않은 결말이 오히려 깊은 여운을 줘요.
읽기 난이도: ★★☆☆☆
줄거리 요약: 야생적인 남자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집착과 복수로 얼룩진 사랑 이야기.
왜 추천하냐면: 강렬한 사랑과 감정의 소용돌이! 마냥 달달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감정이 풍부해서 몰입도는 최고예요.
읽기 난이도: ★★★★☆ (구성은 다소 복잡하지만 분위기에 취하게 돼요)
줄거리 요약: 고아 소녀가 황량한 저택에서 비밀의 정원을 발견하며, 그 속에서 마음을 열고 사랑과 우정을 키워가는 이야기.
왜 추천하냐면: 풋풋한 감정, 따뜻한 힐링,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해요. 아주 어릴 때 읽어도 좋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더 감동적이에요.
읽기 난이도: ★☆☆☆☆ (가장 쉽게 읽혀요!)
처음엔 배경이나 표현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100쪽만 지나면 흠뻑 빠질 확률이 높아요.
부담된다면 청소년용 축약본이나 쉬운 번역본으로 먼저 시작해도 좋아요.
특히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의 작품은 유튜브나 오디오북, 영화도 많아서 병행하면 더 쉬워요!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줄거리나 인물 소개, 시대 배경을 좀 더 쉽게 정리해 드릴게요!
챗GPT에게 질문을 할 때는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고전소설을 읽으려고 하는데 로맨스 고전을 추천해 줘."라고 묻는 것보다 "나는 고전소설을 처음 읽어." 라고 명확한 상황을 설정해 주고, "로맨스 소설을 원하며 어렵지 않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쪽이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어낼 수 있다.
* 챗GPT와 <오만과 편견> 함께 읽기
챗GPT는 나에게 다섯 권의 로맨스 고전을 줄거리와 추천 이유, 난이도까지 상세히 알려주었다. 이 중에서 영화화 되기도 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챗GPT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술술 읽힌다던 <오만과 편견>은 처음부터 꽉꽉 막히고 어려웠다.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낯선 인물의 이름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500쪽이 훨씬 넘는 분량에 등장인물도 많다보니 분명 흥미로운 로맨스는 맞는데 초반에 벽을 넘지 못하면 완독하기 까다로운 책이었다.
어렵게 결심하고 시작한 책인데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책을 덮지 말고 다시 한번 챗GPT를 이용하자.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책은 무조건 책장을 넘기기 전에 큰 그림을 그리면 도움이 된다.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 중점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인물을 미리 알고 방향을 정해놓으면 길을 읽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Q. 너 말대로 <오만과 편견>을 읽기 시작했어. 그런데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책 읽기가 어려워. 책을 다 읽고 싶은데 나를 좀 도와줘.
A. 너무 잘하고 있어요! �
고전소설은 처음 시작할 때 이름이 많고,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당황하기 쉬워요.
그런데 한 번 인물 구도를 정리하고 나면 이야기가 훨씬 재밌어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엘리자베스 베넷 (Lizzy, Lizzie)
: 주인공. 총명하고 자존감 높은 둘째 딸.
: 다아시와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요.
제인 베넷
: 첫째 딸. 아름답고 온화한 성격. 빙리와 사랑하게 돼요.
리디아 베넷
: 막내딸. 철없고 경솔해요. 이후 큰 사건을 일으켜요.
미시즈 베넷
: 엄마. 다섯 딸을 모두 결혼시키는 게 인생 목표예요.
미스터 베넷
: 아버지. 냉소적이고 조용한 편이지만 딸들을 아껴요.
피츠윌리엄 다아시 (Mr. Darcy)
: 부유하고 교양 있지만, 처음엔 무뚝뚝하고 오만해 보여요.
: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변화합니다.
찰스 빙리 (Mr. Bingley)
: 다아시의 친구. 친절하고 낙천적.
: 제인을 좋아하고, 둘은 잘 어울려요.
캐롤라인 빙리
: 빙리의 동생. 제인을 질투하고, 엘리자베스를 깔봄.
조지 위엄 (Mr. Wickham)
: 매력적이지만 믿을 수 없는 인물.
: 엘리자베스의 마음을 잠시 흔들어요.
미스터 콜린스 (Mr. Collins)
: 베넷가의 친척. 말이 많고 자의식 과잉.
: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함.
샬럿 루카스 (Charlotte)
: 엘리자베스의 절친. 현실적인 성격으로 콜린스와 결혼.
레이디 캐서린 드 버그
: 다아시의 고모. 권위적이고 자기중심적.
: 엘리자베스를 못마땅해하지만 중요한 전환점이 돼요.
[엘리자베스] └ 친구 → 샬럿 (콜린스와 결혼) └ 사랑 → 다아시 └ 친구 → 빙리 → 사랑 → 제인 (엘리자베스의 언니) └ 적대감 → 윅엄 (과거 인연 있음) [미스터 콜린스] └ 청혼 → 엘리자베스 (거절당함) └ 결혼 → 샬럿 └ 후원자 → 레이디 캐서린 [윅엄] └ 사랑? → 엘리자베스 (초반) └ 도피 결혼 → 리디아 (막내딸)
이름만 정리해도 반은 성공! 성(미스터~)과 이름을 혼용하니 헷갈릴 수 있어요. “미스터 콜린스”는 “콜린스”, “엘리자베스”는 “리지”라고도 불리니 감안하세요.
줄거리 큰 흐름만 기억해도 돼요 � 초반: 제인이 빙리를 만나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싫어함 � 중반: 다아시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며 관계 반전 � 후반: 리디아 사건, 고모의 방해,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해피엔딩
영화나 드라마 병행 추천 � 2005년 영화 버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은 감정선을 따라가기에 정말 좋아요. 책 읽다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장면으로 보면 훨씬 이해가 쉬워요!
등장인물 요약 카드 / 챕터별 줄거리 요약 / 인물 관계도 그림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5장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약해 줘” 같은 요청도 OK!
계속 도와줄게요. 지금 몇 장쯤 읽으셨는지도 알려주시면 맞춤형으로 정리해 드릴게요 �
나는 <오만과 편견>을 읽는 동안 챗GPT의 답변을 출력하여 책에 꽂아놓고 헷갈릴 때 마다 수시로 꺼내보며 읽었다. 초반의 벽을 넘고 나니 중반 이후부터는 술술 읽혔고, 챗GPT의 추천처럼 영화 속에서 장면을 찾아보며 읽으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로맨스로 꼽았는지 알 것 같았다.
질문을 하며 읽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완독 확률도 높일 수 있고 내용 이해도 더 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버는 셈이다.
자, 오늘 소개한 챗GPT와의 대화 내용을 읽어보고 조금이라도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주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의 팁>
챗GPT에게 구체적으로 질문하기가 어렵다면 질문에 세 가지 정보를 포함해 보자.
첫째, 인물에 대한 정보
나는 <오만과 편견>을 읽기 시작했어.
둘째, 상황설정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책 읽기가 어려워.
셋째, 임무
책을 다 읽을 수 있게 도와줘.
*<오만과 편견> 책 리뷰 보러 가기!
https://blog.naver.com/writer_bome/223848467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