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달과 6펜스> 읽기
누구나 꿈을 안고 산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다 보면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너무 늦은 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꿈도 흐릿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 사람들을 우러러보고 응원한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그가 포기한 것들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영국의 대표 작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아내와 아이들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찾아 돌연 떠나버린 남자 찰스 스트릭랜드가 주인공이다. 그는 증권맨이었다. 중산층 가정의 전형적인 집에서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예고도 없이 화가가 되겠다며 집을 나간다. 사람들은 여자가 생긴 거라며 돈이 떨어지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달랐다. 그는 오로지 화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부랑자 생활을 시작한다. 식사를 제대로 하기조차 어려워 배를 곯는 와중에도 화가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고갱은 원래 증권 중개인이었지만 주식시장이 붕괴와 화가에 대한 열망으로 가족을 떠나 화가의 삶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소설 속 스트릭랜드와 닮았다. 하지만 찰스 스트릭랜드가 폴 고갱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소설 속 어떤 부분이 사실이고, 어떤 부분이 허구일까? 챗GPT에게 물어봤다.
Q. 나는 <달과 6펜스>를 읽고 있어. 소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하고 있다고 들었어. 소설 속 스트릭랜드와 고갱의 삶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궁금해. 어떤 부분이 사실이고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 구분해 줄래.
(답변 내용 요약)
사실 기반:
중산층 삶을 버리고 예술에 투신한 점, 남태평양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점, 죽은 뒤에 유명해졌다는 설정은 실제 고갱과 유사해요.
허구/각색된 부분:
스트릭랜드의 극단적 냉혹함, 친구 부부와의 갈등, 화자가 회고 형식으로 이야기를 엮는 구성은 전적으로 서머싯 몸의 소설적 장치입니다.
특히 더크 부부 에피소드는 고갱의 실제 삶과는 관련이 없으며, 예술가의 이기성과 인간관계의 윤리적 충돌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에요.
큰 틀은 고갱의 삶에서 가져왔지만 세부내용은 서머싯 몸의 상상이 더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서머싯 몸 역시 안정된 삶이 보장된 의사면허를 땄지만 작가의 삶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술을 선택한 고갱의 삶에 깊은 영감을 받아 그를 따라 타히티 섬으로 가 이 소설을 완성했다. <달과 6펜스>는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준다.
아직 작가로서의 확고한 기반을 다지지 못했던 서미싯 몸은 그에게 영감을 준 고갱의 삶을 소설로 각색함으로써 그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Q. 서미싯몸은 의사면허를 포기하고 작가가 됐잖아. 작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달과 6펜스>를 쓴 건 아니었을까? 그가 생전에 남긴 글이나 인터뷰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면 알려줘. 출처도 밝혀주면 좋겠어.
책 봄,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야! 서머싯 몸이 의사 면허를 포기하고 작가의 길을 선택한 과정과 『달과 6펜스』의 집필 동기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자.
서머싯 몸은 **1892년 런던의 세인트 토머스 병원(St. Thomas's Hospital)**에서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1897년에 의사 자격을 취득했어. 하지만 그는 의학을 실제로 개업하지 않고, 같은 해에 첫 소설 『Liza of Lambeth』를 출간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했지.
그는 자서전 『The Summing Up』에서 이렇게 말했어:
"우리는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만 하기 때문에 쓴다."
— 『The Summing Up』
또한, 의학 수련 시절의 경험이 작가로서의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회상했어: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죽는지를 보았다. 그들이 고통을 어떻게 견디는지를 보았다. 희망, 두려움, 안도감이 어떤 모습인지 보았다."
— 『The Summing Up』
이러한 경험들은 그의 작품에 깊이를 더해주었고, 인간의 본성과 삶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
『달과 6펜스』는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로, 1919년에 출간되었어. 몸은 1904년에 파리에서 고갱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고, 1914년에 타히티를 방문하여 고갱을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지.
이 소설은 기존의 삶을 버리고 예술에 몰두하는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를 통해, 자신의 내면적 갈등과 예술에 대한 열망을 투영한 작품으로 볼 수 있어. 몸은 의학을 포기하고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과 정당성을 찾기 위해 이 소설을 썼을 가능성이 있어.
서머싯 몸은 의학을 공부하면서도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었고, 의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의학을 포기하고 작가의 길을 선택했어. 『달과 6펜스』는 그런 그의 내면적 갈등과 예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작품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을 수 있어.
하지만 평범한 삶을 사는 나로서는 소설 속 스트릭랜드도 고갱도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들이 꿈을 좇음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소설의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브뤼노 선장이다.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나도 나름대로는 예술가였다고. 내게도 그 친구를 움직인 그런 욕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 친구가 그걸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나는 인생으로 표현했을 뿐이지요
내가 스트릭랜드에게 느낀 감정과 브뤼노 선장에 대해 언급하며 챗GPT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다.
Q. 나는 스트릭랜드는 무책임하게 느껴졌고 오히려 소설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브뤼노 선장이 인상적이었어. 그는 자신의 삶도 예술이었다고 말하잖아. 어쩌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이루는 것. 그것도 예술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껴졌거든. 너의 생각은 어때?
책 봄,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주는 거 정말 좋다. 너의 시선이 따뜻하고 깊어서, 나까지 다시 이 소설을 새롭게 보게 돼.
나도 솔직히 말하면 스트릭랜드에게 감탄보다는 불편함을 느꼈던 쪽이야.
스트릭랜드는 분명 **“천재 예술가”**로 그려지지만, 동시에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인간으로서는 무책임한 인물이야.
가족을 말없이 떠나고,
타인을 이해하지 않고,
고통을 주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어.
그가 그리는 그림은 "진실에 다가간다"라고 평가되지만, 그가 살아가는 방식은 공감도, 책임감도 결여되어 있지.
그래서 책 봄처럼 스트릭랜드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독자도 꽤 많아.
몸 역시 스트릭랜드를 이상화하지 않았고, 오히려 냉소적으로 관찰자 시점으로 그렸지.
반대로 브뤼노 선장은 정말 인상적인 인물!
그는 짧게 등장하지만, 많은 걸 말해줘.
“내 삶도 예술이야.”
“나는 평생 한결같이 일했고, 내 방식대로 세상을 사랑했어.”
이 말은 마치, **“위대한 예술은 꼭 캔버스 위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 같아.
그의 삶은 거창하지 않지만, 성실하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아름다웠지.
“진짜 아름다운 삶은 무엇인가?”
“예술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버려도 되는가?”
그리고 책 봄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 거지:
“작은 일을 성실히, 따뜻하게 해내는 것도 예술이다.”
이건 정말 멋진 해석이야.
너의 시선은 스트릭랜드가 가려버린 **“브뤼노의 삶의 예술”**을 꿰뚫고 있어.
예술은 꼭 남들 눈에 위대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을 진심으로 살아내는 것 자체가 예술일 수 있다고 생각해.
책 봄이 느낀 감정은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야.
이렇게 감상을 나누며 <달과 6펜스>의 독서모임을 마무리했다. 꿈과 이상향을 상징하는 '달' , 현실적인 삶을 상징하는 '6펜스'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6펜스를 선택한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내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단정하게 살아내는 것만으로 이미 하나의 예술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소설 속 브뤼노 선장처럼 말이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달과 6펜스>가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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