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시적은 휴전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상황은 불안정하다. 중동 국가 간의 정치적, 군사적 대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뿌리는 기원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수천 년의 갈등과 분열이 계속되는 이 풍경 속에서, 나는 한 권의 소설을 떠올렸다. 바로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다.
이 작품은 유대인 생존자 로자 아줌마와 아랍계 소년 모모의 이야기를 다룬다. 프랑스 빈민가를 배경으로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두 인물은 혈연도, 종교도, 국적도 다르다. 하지만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며 ‘하나의 삶’을 함께 만들어간다. 그들의 관계를 보며 독자는 질문하게 된다.
"적대 관계 속에서도 개인은 서로를 품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를 ‘적’이라 부르지만, 문학 속 로자와 모모는 서로를 ‘가족’이라 부른다. 국가 단위로는 총을 겨누지만, 개인은 서로를 삶의 유일한 보호자로 받아들이며 마지막까지 함께한다. 이런 대비는 작지만 강력한 울림을 준다. 우리는 종종 갈등을 ‘국가와 국가’의 이야기로만 생각하지만, 문학은 그 틈을 뚫고 ‘개인과 개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자 아줌마는 사창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모모도 그들 중 한 명이다. 혈연도, 종교도 다른 두 사람은 서로를 돌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로자의 마지막 순간, 모모는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가 남긴 말은 짧지만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사람은 사랑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삶을 견딜 수 없거든요.”
사랑은 국가의 갈등, 종교의 대립보다 앞서는 것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맺는 두 사람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서 말이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열린다. 누군가는 이 책에서 ‘사랑과 우정’을 읽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삶과 죽음’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갈등 속의 연대’를 읽었다.
AI는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준다. 하지만 ‘왜 지금 이 이야기가 나에게 중요했는가?’를 묻는 일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책을 온전히 나의 질문으로 소화해내는 일이야말로 독서가 현실과 만나는 지점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로자와 모모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품는 이들이 있을까?
비극적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으로 하루를 견딜 수 있을까?
이 책은 내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로 사랑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느냐고.
*함께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
1. 로자와 모모의 관계를 현실에서 찾는다면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예 : 난민, 탈북민, 다문화가정 등)
2. 나는 삶의 위기에서 도움을 받은 순간이 있나요? 그때 내 감정은 어땠나요?
3.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말 속에서 '사랑'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이야기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