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성경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책”*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미국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법한 대중적인 소설이자,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고전이다.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스카웃과 오빠 젬은 변호사인 아버지 아티커스를 통해 정의와 양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세상의 불의와 편견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직접 체험하며 성장해 나간다. 작품의 핵심 갈등은 뿌리 깊은 인종차별 속에서 무고한 흑인 톰 로빈슨의 재판을 맡은 아티커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수많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는 질문하는 독서가 어떻게 책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독자의 사고를 깊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을 통해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1. 인종차별과 정의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 미국사회는 ‘짐 크로 법’이라는 제도 아래 흑인과 백인이 철저하게 분리된 사회였다.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부터 교육, 교통, 심지어 음수대까지 흑인을 백인과 따로 분리하여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 시대에 아티커스는 흑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는다. 그 선택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아이들과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아티커스는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다.
이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독자는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부터 우리는 정의를 위한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2. 좋은 부모와 양육 태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면 아티커스의 양육 방식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그는 어머니 없이 자라는 스카웃과 젬에게 과보호도, 방임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며, 자유를 주되 그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함께 가르친다. 그는 아이들에게 "남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까지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치며, 도덕적 감각과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이 때문에 아티커스는 미국 청소년이 뽑은 ‘가장 닮고 싶은 아버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모라면 아티커스의 태도를 보며 '좋은 양육'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
3. 법은 언제나 옳은가?
모든 절차는 ‘법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다. 그 순간 독자는 충격과 혼란 속에서 묻게 된다. “법은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제도와 정의가 반드시 일치하는가?”
이처럼 『앵무새 죽이기』는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인 재미가 있는 책이지만 질문하며 읽으면 인종, 교육, 정의, 윤리 등 수많은 생각거리를 남기는 작품이다.
어떤 독자들은 소설은 소설일뿐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지 머리 아프게 생각을 꼭 하며 읽어야 되는지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책은 그저 조금 고차원의 유흥의 한 종류로서 소비된다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책을 통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다면 그로 인해 사고의 폭을 확장하고 싶다면 '질문하는 독서'를 강력추천한다.
* 앵무새죽이기 리뷰 보러가기
https://blog.naver.com/writer_bome/22390845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