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예전에 찍은 아이들의 사진 좀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곧장 “응 알겠어 애들 사진 보내줄게.”라고 대답을 하고 끊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첫째가 별안간
안돼 할머니한테 내 사진 보내주지 마!
라고 말한다. 워낙에 할머니를 좋아하는 아이라 의아해서 물었다. 할머니한테 네 사진 보내지 말라고? 왜?
라고 묻자, 아이가 말했다.
내 사진 보내면 나는 그 사진 못 보잖아.
그제야 나는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아이는 내가 자신의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내면, 나에게는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에서는 사진을 상대방에게 전송해도, 보낸 사람에게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한참 설명해 주었다. 그제야 사진을 보내지 말라던 아이는 알겠다며 사진을 보내라고 허락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진 사진을 돈도 안 들이고, 무한정으로, 남에게 보내줄 수 있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적어도 필름은 있어야 여러 장의 사진을 뽑을 수 있었고, 심지어 유료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진을 돈 들이지 않고 여기저기 나눌 수 있게 되니, 오히려 이제 사진을 받는 사람보다 보내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일명 에티켓들이 생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몇 가지는 1. 내 자식의 사진을 미혼친구(아이가 없는 친구 포함)에게 보내지 말 것! 2. 귀여운 아이들 사진은 양가 부모님께 정기적으로 공유할 것!
여하튼 아들의 그 귀여운 사진은 가족들에게는 무사히 전송 완료했고, 친구에게는 보내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