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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Jan 03. 2023

아이의 알림장에 몰래 글을 남겼더니

빨간색 체크 표시는 아이가 마음대로 해놓았다.

우리 첫째 어린이집은 매일 알림장을 쓴다. 아주 짧은 문장이지만, 삐뚤빼뚤 매일 써오는 글이 정겹고 기다려진다.(아이가 쓰는 알림장에는 부모님 확인란과 선생님 확인란이 있어서 매일 부모님 확인을 받아와야 한다. 물론 사실상 대부분 눈으로만 보고 넘어간다.)


그러다 며칠 전부터 아이의 알림장을 읽고, 그다음 날 페이지에 아주 짧은 글을 몰래 남겨보았다. 내가 글을 남긴 지 삼일 째 되던 날, 그날도 여느 때처럼 무심코 아이의 알림장을 확인하는데 삐뚤빼뚤 글씨가 보인다.


엄마도


즐거운 하루 보내라는 나의 말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나에게 답장을 써줬나 보다. 엄마도 즐거운 하루 보내라며.


아이를 불러 물어보니, 글을 읽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나에게 답장을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나를 생각하며 답장을 썼을 아이의 표정, 손짓, 몸짓이 모두 상상되어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고작 저 짧은 세 글자가 그 어떤 길고 유창한 연애편지보다, 마음이 설레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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