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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r 02. 2022

5살 아들은 그 많던 장난감을 혼자 치웠다

장난감 치우기 전
장난감을 치운 후

그리 길지 않았지만 또 한없이 길던 봄방학이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첫째의 블록놀이로 거실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나는 아이가 블록을 다 가지고 논듯 하여, 이제는 블록을 정리하라고 말했다.


아이는 지금은 정리하기가 싫다고 했다. 조금 더 가지고 놀 거라며.(만들어 놓은 작품을 부수기가 싫었던 듯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낮잠을 잘 시간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나는 잠시 방에 누웠다. 그리고 10분 남짓 꿀 같은 휴식을 마치고 거실로 나간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게 뭐야!!"


분명 10분 전만 해도 난장판이던 거실이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싶을 정도로 깨끗해져 있었다. 도대체 누가?...


그제야 아이를 보니, 아이는 이제 막 정리를 끝내는 듯, 마지막 블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대견함, 고마움, 애틋함,


아이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혼자 블록 정리를 한 거야?"


아이는 말했다. "엄마가 아까 하라고 했잖아."


아이는 놀란 나를 보며, 스스로도 뿌듯한지 신이 나 보였다. 블록이 꽤나 많고, 종류 별로 분류해서 정리해야 하는 블록이라 아직은 혼자 정리하기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는 어른이 돼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어른들의 속도에 기대어 '아이들이 지금, 당장, 빨리하지 않는 것'들을 혼내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아이의 느리지만 진심이 담뿍 담긴 순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나도 매 순간 고민한다. 이제 5살이 된 아이에게 자신이 가지고 논 장난감은 바로 치우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냥 내가 빨리 치워버리고 말까.


하지만 우리는 안다. 영유아기의 아이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단지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서 행동하는 것이다.


이제야 우리 첫째는 스스로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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