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복직이었다. 그러니 5년 만에 학교에서 맞는 스승의 날이기도 했다.
휴직을 하기 전에도 이미 김영란 법이 시행되고 있던 터라, 나에게 스승의 날은 선물은커녕 커피 한 잔조차 받지 않고 넘어가던 날이었다.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기념하는 날에 이토록 몸을 사리는 주인공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소보다 더 몸을 낮추고 목소리를 작게 하던 날이었다.
(어버이날도, 어린이날도, 축제분위기건만, 유독 스승의 날에는 스승을 향한 감시의 눈길과 비판의 목소리만 가득하다.)
그래서 나는 스승의 날이면 늘 불편한 마음이 든다.(아마 대부분의 교사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미 사회에서 교권은 추락한 지 오래고, 교사를 스승으로 보기보다는 교육 서비스직군으로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왠지 올해 스승의 날은 불편함보다 설렘이 앞섰다. 너무 오랜만에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스승의 날인 탓이다. 아직 스승의 의미조차 정확히 모르는 1학년 아이들에게 꼬깃꼬깃 접힌 편지를 받는데, 그제야 내가 선생님이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갑자기 첫째와 남편이 나에게 선물과 편지를 내민다.
아이가 엄마도 선생님이니 스승의 날에 선물을 주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아이는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선물을 받듯이, 스승의 날에 선생님도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남편이 엄마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지 물으니, 목걸이나 팔찌를 주고 싶다고 품목까지 정했단다.
오랜만에 복직해서 고생이라고 잘하고 있다는 남편의 편지와, 사랑한다는 말이 적힌 아이의 편지가, 오랜만에 맞는 스승의 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 같다.